한장한장 넘길때마다 데루에 대한 미움, 어이없음이 증폭되면서
동시에 안타깝고 절절한, '뭐야, 너무나 한심해서 미워할 수 없는 여자는' 이라는 느낌.
어떻게 보면 여자의 적이 맞아. 쉬워도 이렇게 쉬운 여자가 어디있어.
하지만 그녀 자신은 분명히 알고 있어. [그의 기분을 언짢게 만든 이유는 뭘까? 그는 편의점에서 파는 볶음우동이면 된다고 했는데 슈퍼에서 장을 봐다 따뜻한 샐러드에 된장우동을 만들어준 것 때문일까. 곰팡이 제거제까지 사가서 욕실을 청소해준 것 때문일까. 플라스틱과 휴지가 섞여있던 휴지통을 뒤져서 분류한 것 때문에?] 라던가,
[이런점이 바로 회사 여직원들이 나를 싫어하는 이유다.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일을 하는 중에도 회의중에도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지 않는다. 휴대전화가 오면 붙들고 내선 전화가 울려도 무시하고 계속 통화한다. 특별히 일이 없는데 잔업을 하기도 하고, 바빠서 모두가 잔업을 하고 있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정시 퇴근을 하기도 한다]
자 봐, 나는 이렇게나 형편없는 여자니까 미워하는 것도 당연해요라고 말하는 듯 해서 오히려 미워할 수 없달까.
분통이 터져서 중간에 찢고 싶었다느니, 이 작가의 소설을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느니 하는 의견에 오히려 의아함을 느꼈다면, 이런 내가 이상한걸까?
몇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문득 고등학교 때의 짝사랑이 떠올랐던 것 같다.
혼자 하는 사랑이니까 더 절절하고 이해받을 수 없고 나중에는 그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을만큼 커져서,
차라리 그 아이의 엄마로 태어났더라면, 하고 바랬던 때의 기분이.
데루가 마모의 엄마로 태어났더라면 하고 말할때 뜨끔했던 것은 아마도 그래서였으리라.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역시 결말.
스포가 되기는 싫으므로; 말하진 않겠지만, 음 역시 하게 되는 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