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감튀
  • 살 빠지는 몸의 비밀
  • 아네테 삼스
  • 17,100원 (10%950)
  • 2026-05-09
  • : 2,650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들어 거울 앞에 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허리춤이에요. 마흔 후반에 접어드니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더라고요. 회식 자리는 줄지 않고, 야근 끝에 들어와 무심코 손이 가는 야식, 주말이면 한 잔이 두 잔이 되는 술자리까지. 살을 빼는 일이 이렇게까지 어려운 일이었나 싶은 요즘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북유럽 카페를 통해 한 권의 책을 받았어요. 아네테 삼스의 <살 빠지는 몸의 비밀>. 표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솔직히 조금 의아했습니다. 큼직한 사보이 양배추 잎이 켜켜이 놓여 있어서, ‘채식을 권하는 책인가, 아니면 어떤 특정 식단을 이야기하려는 걸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읽다 보니 표지의 양배추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의미는 뒤에서 다시 말씀드릴게요.


저자는 위고비와 오젬픽을 개발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에서 15년간 일했던 약사이자 박사예요. 비만 약을 만들던 사람이 쓴 책인데, 흥미롭게도 약을 무조건 권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약을 반대하지도 않아요. 그저 한 가지 사실을 차분히 짚어줍니다. 위고비의 활성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우리 장에서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호르몬 GLP-1을 정교하게 모방한 물질이라는 것. 다시 말해 ‘기적의 신약’처럼 보이는 것이 실은 우리 몸이 이미 만들 줄 아는 물질이라는 이야기예요.


책 초반에 나오는 ‘우편 배달부’ 비유가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생물학적 전달자, 일종의 우편 배달부처럼 작동한다는 설명이거든요.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이 묘하게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우리는 일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가 다음 날을 준비하지만, 호르몬은 그렇지 않다. 역할을 마치면 더는 돌아오지 않는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사람으로서 묘하게 마음이 흔들렸어요. 우리는 퇴근이라는 회복의 시간을 가지지만, 몸속 작은 전달자들은 임무가 끝나면 분해되어 사라진다는 사실이요. 그렇게 묵묵히 일하는 시스템을 두고 너무 오랫동안 칼로리 숫자에만 매달려 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직장인의 일상과 가장 맞닿은 챕터는 11장 ‘몸의 스위치가 켜지지 않을 때’였습니다. 도입부 풍경이 어쩌면 그렇게 제 모습 같던지요. 바쁜 일상 속에서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에 손이 가는 장면. 가공된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은 입안에서 침과 섞이는 순간 거의 소화가 끝난 상태와 같아서, 영양분이 짧은 시간 안에 십이지장에 도달해 곧바로 흡수된다고 해요. 음식이 너무 빠르게 몸을 통과하니 L세포가 충분히 자극받지 못하고, 인슐린은 GLP-1의 도움 없이 혼자 일해야 한다는 거예요. 점심시간에 후다닥 김밥을 욱여넣고, 저녁엔 배달앱으로 매운 야식을 시켜 먹는 제 모습을 떠올리니, 몸속 작은 전달자가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겠구나 싶었습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강연 일화도 인상적이었어요. 한때 초가공식품의 자극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지금은 ‘양배추를 비롯한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에 중독되었다’고 말한다는 거예요. 영양을 풍부히 공급받은 장내 미생물과 활성화된 L세포가 함께 작동할 때, 콜라나 페퍼로니 따위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깊은 만족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라고요. 그제야 표지의 양배추 잎이 왜 그렇게 자리 잡고 있는지 이해가 됐어요. 단순한 채식 권유가 아니라, 몸속 호르몬의 스위치를 켜는 ‘진짜 음식’의 상징이었던 거죠.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문장은 11장 후반부에 있었어요. “우리의 의지와 몸의 능력에 대해 다시금 기억하자. 당신의 의지와 능력은 어느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우리는 생각보다 더 현명하다.” 살이 안 빠진다고 자책하고, 의지가 약하다고 스스로를 탓해온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자본과 광고, 전문가의 목소리에 떠밀려 정작 제 몸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물론 표지에 적힌 “우리 몸은 스스로 지방을 뺀다”라는 한 줄이 정말 그렇게 간단히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는 합니다. 살이 알아서 빠진다면 다이어트로 고민하는 사람도 없겠지요. 다만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분명히 짚어주는 대로, 그 잠재력을 켜는 스위치는 결국 ‘아는 것’과 ‘선택하는 것’ 사이 어디쯤에 있는 듯해요. 책의 끝자락에 적힌 짧은 문장이 책을 덮고도 한참 머물렀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건 어렵지만 내 자신의 선택을 바꾸는 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읽고 나니 거창한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기보다, 오늘 저녁 메뉴를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는 책이었어요. 회식 자리에서 채소부터 집어 드는 작은 습관, 야식 대신 한 시간 더 자는 선택,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일.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사실은 몸속 작은 전달자에게 ‘이제 일을 시작해도 된다’고 신호를 보내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책값 이상의 가치를 했다고 느낍니다.


저처럼 마흔을 넘기며 예전 같지 않은 몸과 마주하고 계신 직장인분들께 먼저 권하고 싶어요. 다이어트가 의지의 문제라고만 들어오신 분들에게 다른 관점을 열어드릴 거예요. 비만 약에 대한 뉴스 사이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리셨던 분들께도 권합니다. 약을 권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차분한 목소리가 판단의 기준을 잡아드릴 것 같거든요.


내일은 전국에 비가 온다고 합니다. 모처럼 창밖 빗소리를 들으며 책장을 다시 펼쳐보기에 좋은 날이지 싶어요. 빗방울이 창을 두드리는 사이, 책에서 읽은 대로 식사 사이에 공복의 시간을 두고 저녁 식탁에 채소를 한 접시 더 올려볼 생각입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몸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작은 전달자들에게 미안하지 않은 하루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약이 아니라 ‘내 몸을 믿는 일’부터 시작하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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