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북유럽 카페를 통해 책 한 권이 도착했어요.
상자를 열기 전에는 ‘도감’이라는 단어 때문에 묵직한 책이 오겠거니 했는데, 막상 손에 들어 보니 생각보다 가볍고 단정했습니다. 후지와라 쇼타로가 쓰고 장하나가 옮긴 <귀엽고 유용한 견종 도감> 이야기예요.
표지에는 흰 바탕 위로 강아지 열한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카메라를 올려다보고 있어요. 웰시 코기 펨브로크, 캐벌리어 킹 찰스 스패니얼, 프렌치 불독, 시바이누, 비숑 프리제, 포메라니안, 잭 러셀 테리어, 말티즈, 아메리칸 코커 스패니얼, 치와와, 페키니즈, 미니어처 슈나우저까지 작은 이름표가 또박또박 붙어 있어서, 마치 입학식 단체 사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책을 받아 든 순간 떠오른 생각은 딱 하나였어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겠다는 거였습니다.

대백과인데도 사이즈가 부담스럽지 않아 좋았어요. 컬러 인쇄라 무게는 조금 나가는 편이지만, 도서관에 꽂혀 있는 두꺼운 백과사전처럼 크지 않아서 가방에 넣어 출퇴근길에 들고 다닐 만한 부피였습니다. 평일 저녁 식탁 한쪽에 펼쳐 놓고 아이들과 같이 들여다보기에도 적당한 크기였어요.

저희 집에는 포메라니안 한 마리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릴 적에는 요크셔 테리어와 자랐던 기억도 있고요. 그래서 책을 펼치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페이지가 정해져 있더라고요. 44쪽 「포메라니안」부터 펼쳤어요. 포메라니안의 기원이 북쪽 지방의 대형 스피츠계 견종이라는 설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지금 집에서 까불대는 작은 아이의 조상이 한때는 덩치 큰 썰매개였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습니다. 독일 포메라니아 지방에서 소형으로 개량되었다는 점, 마리 앙투아네트와 모차르트, 빅토리아 여왕이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는 대목에서는 아이들이 “그 사람들도 우리 강아지랑 비슷한 애를 키웠어?” 하고 묻기도 했어요. 책 한 권 덕분에 저녁 식탁에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늘었습니다.

같은 견종을 다룬 다른 페이지에서는 “활기차고 천진난만하면서도 의외로 똑똑하며 학습 의욕이 있다”라는 한 줄이 오래 남았어요. 보호자 곁에 꼭 붙어 다니지만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신경질을 내기도 한다는 묘사는, 저녁마다 거실에서 마주하는 아이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가면 그 시간만 되면 크게 짖으며 재촉하는 경우가 있어 산책 시간을 일정하지 않게 해 두면 헛짖음을 줄일 수 있다는 조언, 골절 사고가 일어나기 쉬워 계단이나 단차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 눈물이 자주 흘러 눈 관리가 필요하고 어릴 때 이빨이 빠지는 경우도 많아 치아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는 부분은 메모해 두고 싶을 만큼 실용적인 정보였어요. 44쪽에는 이중모라 추위에는 강하지만 고온다습한 기후에는 약해,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 실내나 차량 안에서는 열사병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적혀 있어 여름이 가까워진 요즘 특히 와닿았습니다.

요크셔 테리어 챕터도 손이 자주 갔어요. 49쪽에는 ‘요키’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점, 19세기 중엽 영국 요크셔의 공업 지대에서 공장이나 광산의 쥐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소형 사냥개가 조상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어릴 때 함께 자란 그 작고 까만 아이가 사실은 노동자들과 함께 공장 바닥을 누비던 개의 후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옛 기억이 한결 입체적으로 다가왔어요.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주 짖으며 온몸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성격 묘사를 읽다가는 옛 모습이 떠올라 혼자 살짝 웃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익숙한 견종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표지에는 낯익은 얼굴들만 모여 있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처음 보는 이름들이 줄지어 등장합니다. 차례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이렇게 많은 강아지가 있구나 싶어 놀랐어요. 154쪽 「웰시 코기 카디건」 챕터에서는 1934년까지 펨브로크와 같은 견종으로 취급되었다는 역사가 흥미로웠습니다. 둘 다 소몰이를 하던 개였지만 펨브로크는 소에게 꼬리를 밟히지 않도록 생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단미를 했던 반면, 카디건은 꼬리를 그대로 유지해 왔다는 차이가 적혀 있어요. 표지에 등장하는 펨브로크와 비교해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109쪽 「도베르만」도 기억에 남는 챕터예요. 사나운 인상이지만 다정하고 순하다는 부제가 붙어 있고, 우리가 떠올리는 뾰족한 귀와 짧은 꼬리는 사실 단이와 단미의 결과일 뿐이며 본래는 둥근 귀와 길게 뻗은 꼬리를 지니고 있다는 설명이 따라옵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미 단이와 단미가 금지되어 있다는 문장도 함께 적혀 있어, 외형만 보고 단정 짓던 시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페이지였어요. 비슷한 결로 153쪽 「스태포드셔 불 테리어」 챕터에도 “사나워 보이지만 명랑하고 다정하다”는 부제와 함께, ‘핏 불’ 계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사나운 개라는 인식이 덧씌워지게 되었다는 설명이 균형감 있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214쪽 「타이 리지백 독」에서는 도감의 솔직함을 보았어요. “일반 가정에서 기르기에는 상당히 어렵다”라는 부제 아래, 똑똑하지만 반려견이라기보다 자립심이 강한 파트너에 가까워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평이 적혀 있습니다. 귀여움만 부풀리지 않고, 권할 수 없는 견종은 권할 수 없다고 적어 주는 태도가 도리어 믿음직스럽게 다가왔어요. 107쪽 「잉글리시 코커 스패니얼」 챕터의 “응석꾸러기지만 참을성이 강하다”라는 부제도 좋았습니다. 보호자에게는 응석을 부리지만 상황에 따라 참고 얌전히 기다리는 면도 있어, 먼저 그 마음을 헤아리고 보살펴 주면 무척 기뻐한다는 묘사가 인상에 남았어요.
견종 페이지 못지않게 앞쪽 ‘관련 용어’ 코너도 알찼습니다. 14쪽부터 17쪽까지 서클, 하우스, 배변 시트, 캐리어, 리드줄, 슬리커 브러시, 핀 브러시, 콤, 그루밍, 도그런, 털갈이 시기, 단이, 단미, 영역 표시, 헛짖음, 필라리아, 광견병, 백신 주사, 항문낭, 허딩 독, 목양견, 스피츠, 테리어 같은 용어가 차분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견종 페이지에서 마주친 단어를 앞쪽으로 돌아가 다시 확인하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도감이 단순한 사진첩에 머물지 않고, 보호자가 알아 두면 좋은 어휘까지 함께 챙겨 준다는 점이 좋았어요.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FCI 공인 185견종 기준이다 보니 한국에서 자주 마주치는 믹스견에 대한 설명이 따로 없다는 점 정도였습니다. 다만 이 책의 정체성이 ‘공인 견종 도감’이니, 아쉬움이라기보다 책의 방향이라 받아들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직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저녁, 거실에 책을 펼쳐 놓고 아이들과 함께 페이지를 넘기는 시간이 요즘 작은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우리 집 아이가 4번이고, 어릴 적 함께 자란 그 친구가 6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를 한 책이에요.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견종을 골라 “이건 내 거”라고 찜해 두고, 다음 날 학교에서 친구들과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옵니다. 책 한 권이 가족의 저녁을 이렇게 묶어 줄 수 있다는 점이, 도감이라는 장르가 보여 주는 의외의 얼굴이었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분은 두 분류로 좁혀집니다. 먼저 반려견을 처음 들이려고 견종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어요. 외형의 귀여움만 보고 결정했다가 성견이 된 후 당황하는 일을 줄여 주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에요. 그리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이를 둔 가정에도 좋습니다. 거실 한쪽에 펼쳐 두고 함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아이가 외워 오는 견종 이름이 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거예요.
5월의 햇살이 점점 길어지고, 저녁 산책길에 마주치는 강아지들의 표정도 한결 여유로워진 요즘이에요. 산책 중에 만난 낯선 견종의 이름을 책 속에서 찾아보는 재미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우리 집 식탁 위에 머무는 시간은 한참 더 길어질 것 같습니다.
가족 모두가 함께 펼칠 수 있는, 다정한 도감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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