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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튀
  • 10대를 위한 일론 머스크의 미래 예측 50가지
  • 최경수
  • 15,300원 (10%850)
  • 2026-04-25
  • : 370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들어 부쩍 AI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쓸 때도, 자료를 정리할 때도 자연스럽게 챗봇 창을 띄우게 돼요. 머스크가 만든 AI 그록도 직접 써봤습니다. 그록으로 이미지도 만들어 보고 영상도 뽑아 보면서, 이 사람이 그리는 그림이 어떤 결인지 어렴풋이 느꼈어요. 사실 머스크의 인터뷰를 작정하고 챙겨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유튜브와 쇼츠에 워낙 자주 등장하다 보니, AI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트렌드를 끌고 가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인상이 자연스럽게 쌓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 소식을 들었을 때도 호기심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한 권의 책을 받았어요. 최경수 작가의 <10대를 위한 일론 머스크의 미래 예측 50가지>(메이트북스)입니다.


택배 상자를 열자 노란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쨍한 옐로우 바탕에 머스크의 흑백 일러스트가 정중앙을 차지하고, 그 옆으로 로켓과 전구, 휴머노이드 같은 아이콘이 떠다닙니다. "너,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준비됐어?"라는 띠지 문구가 한 번 멈칫하게 만들었습니다. 똑똑한 사람이 작정하고 정리해 둔 지식 한 묶음 같다는 인상이었어요.

10대를 위한 책이라고 해서 가볍게 펼쳤는데, 의외로 어른인 제가 더 오래 머무르게 되는 페이지가 많았습니다. 머스크가 던진 50가지 예측을 AI와 직업, 로봇과 일상, 국가와 돈, 인간과 기술, 우주와 문명이라는 다섯 갈래로 묶어서, 게임 업데이트 공지나 클라우드 백업 같은 비유로 풀어내는 구성이에요. 각 꼭지의 끝에는 '내일을 위한 질문'이 놓여 있습니다.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같이 한번 생각해 보자고 손을 내미는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장 오래 멈춰 있던 페이지는 1장의 '명문대 졸업장이 방탄조끼가 안 되는 시대'였습니다. 33쪽에서 작가는 머스크의 2026년 1월 팟캐스트 '문샷' 발언을 인용해요. "화이트칼라 노동이 가장 먼저 사라질 것입니다. 원자를 움직이는 일이 아닌 한, AI는 지금 당장 그런 일자리의 절반 이상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다루는 일이라면 모두 해당됩니다."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보고서를 쓰고, 자료를 분석하고, 회의록을 정리하는 일로 하루를 채워 온 사람으로서 이 문장을 그냥 넘기기는 어려웠어요. 책은 곧이어 ‘포클레인이 들어오면서 인간의 팔다리 근육이 쓸모없어졌듯, 이제는 AI가 인간의 지능 근육을 대신하는 시대로 들어섰다’라고 말합니다. 팔다리가 아니라 머리가 대체된다는 비유 앞에서, 발밑이 슬그머니 헐거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어지는 ‘아이디어가 귀해지고, 창의력이 진짜 실력이 된다’ 꼭지는 그 불안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줍니다. 46쪽에서 머스크는 ‘충분한 양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무엇이든 재료 비용에 가까워집니다. 결국 유일하게 희소한 것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희소하게 만들기로 결정한 것들, 예를 들어 독창적인 예술 작품 같은 것뿐입니다.’라고 말해요. 부의 공식이 ‘얼마나 성실히 일하느냐’에서 ‘얼마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부모 세대가 외워두라고 한 ‘좋은 대학–대기업–월급 저축–집 마련’ 공식이 유통기한을 다했다는 단언 앞에서, 제가 들고 있던 답안지를 다시 들춰 보게 됐어요.

다만 작가는 한쪽으로 기울지 않습니다. 47쪽에서 ‘창의력과 아이디어는 타고난 환경과 교육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돈으로 줄을 세우던 세상에서 창의력으로 줄을 세우는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 진짜 공평한 전환인지, 또 다른 형태의 불평등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라고 짚어 둬요. 머스크의 예측을 무조건 따라가지 않고, 반대편 이야기도 같이 적어두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제가 안심하게 된 이유도 거기 있었어요.


2장에서는 ‘AI가 나를 가장 잘 아는 단 하나의 친구가 된다’ 꼭지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작가는 2023년 11월 영국 AI 안전 서밋에서 머스크가 했던 말을 가져와요. ‘AI는 여러분에 관한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여러분 자신보다도 더 잘 알게 되죠. 그렇게 되면 AI는 진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내 아들 중 한 명은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AI 친구는 그 아이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버지로서 한 말이라는 점에서 묘하게 마음이 움직였어요. 그 뒤에 이어지는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며, 화내지 않고 기다려주며, 언제든 내 편이 되어주는 존재’라는 정의도 인상에 남고요.

그런데 작가는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64쪽에 ‘AI는 절대 나를 떠나지 않고, 절대 상처 주지 않고, 절대 지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인간관계는 불편하고 상처받고 화해하는 과정 속에서 깊어지는 법인데, 완벽한 AI 친구에 익숙해진 사람이 불완전한 인간 친구를 견디지 못하게 된다면 외로움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회사 동료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입장에서 이 대목이 오래 남았습니다. 어떤 날은 회의실에서 받은 까칠한 한마디 때문에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가도, 다음 날 같이 점심을 먹으며 슬그머니 풀리는 그런 시간을 저는 꽤 좋아하거든요. 그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만들어지는 결이라는 걸, 책을 읽으며 새삼 떠올렸어요.


5장의 ‘인류는 멸종을 막기 위해 화성을 백업 서버로 사용한다’ 꼭지는 자녀를 떠올리게 한 대목이었습니다. 머스크는 2021년 12월 타임지 ‘올해의 인물’ 인터뷰에서 ‘우리는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두 번째 행성이 필요합니다. 지구에 재앙이 닥쳤을 때 인류의 지식과 문화를 복구할 수 있는 ‘백업 복사본’을 화성에 만들어둬야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해요. 213쪽의 ‘지구는 로컬 드라이브, 화성은 외부 백업 서버’라는 공학적 비유가 직관적이라 한 번에 와닿았습니다. 동시에 215쪽에서 작가가 던지는 균형추도 좋았어요. ‘당장 오늘의 생존이 시급한 이들에게 미래를 위한 보험료를 강요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는 문장과, ‘예산을 집행하는 결정권자라면 어느 쪽에 먼저 투자하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이 그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이 질문은 사실 어른인 제가 답해야 할 종류의 것이지만, 정작 그 미래를 더 길게 살아낼 사람은 우리 아들딸입니다. 책장을 덮으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아이 책상 위에 이 책을 슬쩍 올려두는 거였어요. ‘너 이거 한번 읽어봐’라고 말하기보다, ‘아빠가 읽었는데 같이 이야기해 보고 싶은 부분이 있더라’라고 운을 떼는 편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정답을 외우라는 책이 아니라 같이 질문을 나눠보자는 책이니까요.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입장에서 한 가지 더 적어두고 싶은 게 있어요. 머스크의 예측이 전부 맞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35쪽에서 작가는 정답을 맞히는 능력보다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고 적어두는데, 이 한 줄은 10대만 새겨야 할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보고서 양식을 반복해서 채우고 있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똑같이 필요한 말이었어요.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둘 떠올랐습니다. 먼저 진로를 고민하는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 다음 세대와 미래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이 책 한 권이 작은 다리가 되어줄 거예요. 그리고 저처럼 사무직으로 오래 일해 온 40대 직장인들. 막연한 불안 대신, 내 자리에서 어떤 질문을 더 던져야 할지 정리해 보고 싶은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5월의 햇살이 길어지면서, 퇴근길 하늘이 꽤 늦게까지 푸르게 남아 있어요. 그 빛 아래서 표지를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노란 바탕에 박힌 머스크의 얼굴이 처음 책을 받았을 때보다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오늘 저녁에는 아들딸과 식탁에 마주 앉아, 책 속의 질문 하나를 슬쩍 꺼내볼 생각입니다.


미래는 정해진 답이 아니라, 같이 나누는 질문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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