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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쓰는 무지렁이
월든 천천히 읽기 6

우리 각각이 저마다의 삶을 제각각 살아간다면 인생은 얼마나 외로울까? 그러나 우리에겐 기적이 있다. 자신 곁의 연인을 도대체 어떻게 만났으며 어쩌다 이토록 사랑하게 됐는지를 떠올려보면, 기적이라는 것이 그리 먼 얘기는 아님을 깨닫는다.
물론 나에겐 그런 기적이 벌어지지 않았으므로 나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기적을 느껴보기로 한다. 나는 창을 열고 남쪽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시리우스를 바라본다. 바로 그 순간 이 세상의 어딘가에서 자기처럼 시리우스를 바라보고 있을 사람들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추우니까 창문을 닫고 이불 속으로 돌아와 읽던 책을 펼친다. 거기에 또 다른 기적이 펼쳐져 있다. 작가가 바라본 세상이 내 머릿속에 펼쳐지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벌어지는 이 기적같은 공감이 내겐 참으로 위안이 되고 용기가 되어준다.


* ‘우리는 한 시간 동안 세상의 모든 시대를, 아니 모든 시대의 모든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번역은 독서의 흐름을 방해했다. 원문의 ‘should‘ 때문에 ‘살아야 한다‘고 번역한 모양인데 문맥상 맞지 않다. 그렇게 번역하니까 문장과 문장 사이에 깊은 균열이 생기는 느낌이다. 크레바스처럼 깊은 균열이 앞문장과 뒷문장을 단절시키는 것이다. 그냥 ‘사는 것이다‘ 또는 ‘살게 된다‘ 정도로 번역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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