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씨의 책은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내가 주인공인것 처럼 빨려들어가요. 그 남자네 집도 마찬가지였어요.
전시를 배경으로 한 연애 이야기가 신기하기도 했었어요. 숨가뿐 전쟁의 소문들이 무성할텐데 그 속에서 작은것들로 부터 오는 기쁨을 간직하고 있는 주인공의 사랑이 이쁘지요. 아니 그 마음의 추억이 이쁜거겠죠. 하지만 결혼을 한 입장에서 식구들을 눈속임하고 다시 옛 애인을 만나 시장 여기저기 다니며 기쁨을 누린 점은 죄짓는 것 같아 제가 마음이 조마조마했어요.
연애이야기와 더불어 시장의 풍경이 재미있내요.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라,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게 끝일것만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미처 피난 떠나지 못하던 사람들이 장에 모여 장사를 하고 필요한거 사가고 하는 거 보면 역시 '산 입에 거미줄 못친다'는 말이 맞나봅니다.
또 한사람의 인물인 춘희는 순수한, 학생의 티도 아직 벗지 못한채 미군부대에 취업을 하고선 그녀의 인생이 많이 어긋나간 모습이 안타까웠다. 나이 든후 자신의 삶을 후회하는 듯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제 스스로 선택한 삶이니 후회해본들...다만 가족을 위해 선택한 어쩔수 없는 삶이라고 할수 밖에.
그 남자의 부음을 접한 주인공, 그리고 오래전 그 추억을 연상시켜주는 동네를 다시 찾아가게 된 주인공...그녀는 옛 추억의 따사로움으로 얼굴에 미소가 한가득 피어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