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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베토님의 서재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 17,550원 (10%↓970)
  • 2023-09-06
  • : 40,471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761페이지의 양장본.

사실 앉아서 읽기에도 다리에 무리가 오는 두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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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려 하루키가 40년이 넘는 시간 마음에 품었던 소설이라는데 어찌 읽지 않을 수가.

워낙 유명 작가라 기대할 수밖에 없었고 기대감을 담아 착실히 한 장 한 장 읽어갔다.



열일곱 소년은 열여섯의 소녀를 만났다.

사춘기 소년답게 그녀에게 정서적 끌림 못지않은 성적 욕망도 함께 가졌다. 지나고 보니 아마도 그건 그가 느꼈던 최고의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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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이곳의 세계에 있는 자신이 가짜라고 한다. 자신의 진짜는 벽으로 둘러싸인 세상에 있다고 했다.

그곳은 그림자가 없는 세상이었고 시간의 흐름이 없는 세상.

모호한 말이지만 소녀는 그 세계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었다.

첫 키스를 하고 편지를 나누며 그녀에게 마음을 다 줘버린 어느 날 소녀는 사라진다.

그리고 남겨진 소년은 소녀가 사라진 세계에서 삶을 살아가고 이제는 40대 중반 미혼의 남자가 되었다.

​

그는 어느 순간 소녀가 말했던 벽안의 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의 그림자는 벽 밖에 남겨두고 그만 벽안으로 가 어린 날의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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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높은 벽돌 벽의 안쪽일까, 아니면 바깥쪽일까.'

p426

​

소녀의 가설이 현실이 되고, 그와 함께 있던 세상에서 그림자였던 소녀는 이제 본체가 되어 만나게 되지만 소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가 만났던 어린 날의 소녀는 그림자에 불과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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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그는 꿈 읽는 이가 되고 소녀는 사서로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열일곱의 소년이 아닌 사십 대 중반의 아저씨와 열여섯에 시간이 멈춘 소녀.

​

벽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어느 날 그의 그림자가 찾아와 원래의 세상으로 가자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림자만 돌려보내고 계속 벽의 세상에 남아있겠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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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밖의 세상으로 온 그.

그는 원래의 본체인지 아니면 그림자인지 혼돈스러운 가운데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마을의 도서관 관장의 자리로 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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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있었던 벽의 도시와 연결점을 가지고 있는 시골 마을의 도서관.

따스한 구식 난로, 사과나무, 바늘 없는 시계...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자 없는 도서관장과 옐로 서브마린이라 불리는 소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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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함은 호기심으로 바뀌고 벽안에 남겨진 소녀가 궁금하던 때 서브마린 소년은 그를 통해 벽으로 가게 되고 그는 소년을 통해 다시금 바깥세상으로 나오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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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알겠어? 우리는 둘 다 누군가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

p696

​

소녀가 저 말을 하는 순간 읽을 때 살짝 소름이 돋았다.


벽의 세계는 너무도 어린 날 '최고의 상대'를 만나버린 남자가 바라던 세상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또 다른 인격의 세상이었을까.

시시각각 형상을 바꾸는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는 아마도 그의 페르소나 중 하나가 사는 도시가 아니었을까 싶다.

​

현실과 벽으로 둘러싸인 세상을 번갈아 보여주며

여기가 진정 벽 밖의 세상인지, 여기에 있는 내가 진정 본체인지, 여러 부분들이 모호하다.

그래서인지 초반에 나는 몰입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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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점점 하루키 특유의 화법이 나온다고 해야 할까.

상실감에 물들어있는 남자와 카페 여주인, 그리고 그들이 마시는 위스키까지 딱 하루키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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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을 품었던 이야기답게 그가 그린 상상의 세계는 놀랍도록 방대한것 같으면서도 구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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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쪽에서 살짝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면 조금만 참고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곧바로 하루키가 만든 세상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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