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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 김재윤
- 11,700원 (10%↓
650) - 2022-06-29
: 51
김재윤 시인의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의 첫 장인 시인의 약력을 읽고 시집을 잠시 덮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시인의 삶을 포섭한 그의 문장들을 접하자니 나도 모르게 가슴 속이 뜨거워지고 코끝이 뭉클했다. 그의 약력의 어느 한 줄이 나의 약력일 것 같아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반나절이나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야 다시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김종훈 교수의 해설을 빌리자면 시인의 생애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시를 이해하는 총체성을 중시하는...시를 감상하는 나의 방법에 가까웠기에...이 방법은 시인의 삶을 적극적으로 포섭하는 까닭이 텍스트에서 생성되는 의미보다 더 풍부한 요소가 그 바깥에 놓여 있기 때문인 것.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 투영되었을지도 모를 일.
봄을 남겨두고 떠나간 시인의 만든 방에서 나는 몇번이고 서성이고 두리번거리며 심연의 구석에서 반짝이는 검붉은 홍매화 꽃잎을 한 장 주워들었고 상처 깊은 내면을 조금이나마 위로 받을 수 있었다.
얄팍하고 알량한 개인 감정의 과몰입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시인의 방에 머물며 며칠째 웅크린 나를 꺼내오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테지만, 그럼에도 시인의 방 안에 또 다른 나만의 방을 들여놓고 요동치는 고독을 공유할 수 있는 반가움이라니.
시인의 방에서 난, 슬프면서도 기뻤고 외로우면서도 외롭지 않았다.
지금도 난, 소주 한 병의 외로움을 들고 시인의 방에 가만히 앉아 그의 눈물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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