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친구와 손을 잡고 익숙한 길을 걷다가 친구가 내게 말한다.
"눈 좀 감아 봐."
그럼 나는 눈을 감고 묻는다.
"어디만큼 왔니?"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데 드는 기회비용을 제대로 계산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길 포기할지 모른다. 포기가 아른거리는 순간이다.
"우리 어디만큼 왔을까?"
젊은 날이 눈부시다고 말하는 이유는 추억은 기억을 벗어나 살아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억 안에서만 채광 좋은 자리에서 환하게 웃고 있을 청춘의 얼굴엔 아직 주름이 없다.
김소희 작가의 만화책<자리>에서 두 친구가 머문 자리는 고드름이 핀 집일 수도 있고, 제대로 된 화장실 하나 없는 집일 수도 있다. 한 줌밖에 없는 재능으로 꿈의 뒤를 쫓는 현실 속 위치일 수 있고, 지금을 사는 청춘의 그늘과 닮았을지 모른다.
이 책은 묻는다.
우리의 꿈은 지금 어느 자리를 지나, 어디쯤 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