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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oroo333님의 서재
  • 문 뒤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
  • 김미희
  • 11,700원 (10%650)
  • 2019-10-25
  • : 630

이 책에는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라고 다짐했’던 두 사람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 명은 있었고 다른 또 한 명은 있다. 있었던 사람과 있는 사람. 이 책은 그들이 하얀 세상에 둘만 있었던 시간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남편은 고요하게 누워있었다. 착하고 아름다웠던 사람. 여러 날을 안았던 몸. 몸은 여기 있는데 당신은 있는 걸까. <여는 글 중에서>

 

누군가는 일상의 연속성이 단절되는 것을 죽음이라고 했다. 죽음이 삶의 끝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죽음을 은유하는 말은 많지만 죽음의 경험을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죽음의 속성이야말로 순간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잘 나타내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나는 병마에 시름 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아프기 바빠 날 돌보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며 문 뒤에서 울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당신은 내가 아니고 나도 당신이 아닌데 서로 다른 마음을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을지, 이 책을 다 읽기 전까지 의문으로 남았다.

 

생과 사는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인데, 약속을 지키지 못할 그 마음이 어떨지 헤아리지 못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결정할 수 있다 중에서>

 

이 문장을 읽고 알았다. 완벽한 이해란 헤아리려는 노력으로 남는 것이다. 병상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야만 하는 남편의 마음을 아내‘김미희’는 헤아려보려 노력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던 나를 떠올려본다. 이 두 마음에는 삶이 조금이라도 연장되길 바라는 공통점이 있음을,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늙어가고 싶다는 소망이 있음을 다시 또 짐작할 뿐이다.

 

“아, 알았다. 영혼이 중요한 거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남으니까.”

<나를 멀리 내다놓는다 중에서>

 

작가의 어린 아들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나는 아직 영혼의 사전적 의미조차 제대로 모르는데 그의 어린 아들은 어떻게 그 의미를 알았을지 궁금하다. 곤란한 일 앞에서 자기를 멀리 내놓는 작가에게 ‘거대한 상실감을 잘게 부수는 법’을 배우고 싶어진다.

(이 책의 소제목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장을 덮을 무렵 알게 된다. 작가 김미희가 삶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고 마흔 넘어 꿈꾸는 사람으로 살아갈 방법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혼자이면서 연결되길 바란다는 문장에서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삶이 우리에게 준 유일한 기회는 ‘다음’이니까. 내게 찾아올 다음이 있다면 살아서 좋아하는 작가의 다음 책을 읽을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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