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책상과 의자와 책 열 권이 간신히 꽂히는 책장 말고는 아무 가구도 없던 그 작은 방. 거기서 내가 제일 자주 한 일은 맨바닥에 가만히 드러누워 있기였다. 천장 벽지는 흰색이었다. 척추를 반듯하게 펴고 누워 그 밋밋하고 낯선 벽을 한참 올려다보다 돌아오곤 했다. 여기 이렇게 누운 채 영원히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진즉 소설 밖으로 내던져져 있었음을 알았다. 어쩌면 도망쳤음을 알았다. 그렇다 해도, 어디서든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