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내가 지금까지 재회한 세 명의 내담자들 모두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가 끝나자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곳을 미련 없이 떠나 새로운 곳으로 떠났다는 사실이었다.
프롬 박사가 치료의 목적을 생명애로 상정했을 때 프롬 박사는 단지 좋은 기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다. 생명애는 완전히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는 것, 다양한 감정(대단한 행복감과 열정, 기쁨은 물론이고 비통과 연민, 슬픔을 포함해)에 더더욱 동참할 수 있는 것, 생산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삶의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 삶을 향한 희망과 사랑의 태도를 의미한다. 생명애의 반대말인 시체성애증은 절망과 부정의 태도, 삶을 포기하는 것, 삶의 가능성을 좌절시키는 존재 방식을 의미한다.
문득 프롬 박사가 예전에 내게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나는 내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서사시의 영웅으로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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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사람의 인생이 순수한 서사시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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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서 인간의 생존 능력에 경외감을 느꼈다. 그 능력이야말로 영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치료는 효과가 있든 없든 그 능력에 비할 바가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