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아이들은 불편한 것이 싫어서 괴롭힘당하는 아이를 피하거나 같이 괴롭히거나 차라리 없는 존재로 여기려고 한다. 그러는 사이 따돌려지는 아이들은 어느덧 ‘호모 사케르‘가 된다.
정치철학자인 조르조 아감벤이 쓴 책 이름이기도 한 ‘호모 사케르‘는 ‘벌거벗은 생명‘이자 ‘신성한 생명‘이라는 이중의 뜻이 있다. 아감벤은 호모 사케르를 로마 시대의 특이한 수인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bios(사회, 정치적 삶)를 박탈당하고 zoe(생물적 삶)밖에 가지지 못한 존재라고 설명하고 있다. 본래 호모 사케르는 로마제국에서 법의 테두리 바깥으로 추방된 자를 일컫는데,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 존재‘로 시민권이 박탈당한 무소유적 존재라고 한다. 근대 아우슈비츠의 유대인들, 전쟁의 포로들, 우리나라 반공 시대의 공산주의자들은 ‘벌거벗은 생명들‘이다. 희생양보다 더 하위인 존재들이다. 우리가 그들의 고통에 두 눈을 가리고 터부시하기에 신성한 생명이라는 역설적인 개념이 형성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