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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인삼홍삼님의 서재
  • 한국문단의 스캔들
  • 홍지화
  • 13,050원 (10%720)
  • 2018-12-30
  • : 62
제목부터가 매우 끌려서 보게 된 책이다.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제목보다 부제를 제목으로 타이틀로 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부제는 '경성문인애사' '모던걸 모던보이' '사랑을 훔치다' 이다. 요즘 미스터선샤인의 열풍과 복고 레트로 열풍이 불어 일제강점기의 한옥 한복 등 구시대 조선의 양식과 막 밀려들어오는 양옥 서구문물의 양식이 혼재된 그 시기의 향수와 추억의 열풍이 부는 중이다. 이 책은 그런 로망과 환상을 충족하기에 충분한 책이다. 일제강점기 시기 최고 엘리트 문인 예술가들의 사랑과 인생과 고난 역경이 이 책에 들어있다. '경성문인애사'라고 하면 고급스러워보이면서 경성을 주무대로 활동했던 조선 최고의 엘리트 지식인의 사랑 이야기에 충족되는데, '한국문단의 스캔들'이라고 하면 뭉퉁그려 '1910년부터 2000년대 이후까지를 총망라하는 문단 스캔들'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어딘가 3류 여성 주간지의, 독자들의 관음증적인 욕망만을 충족시켜주는 싸구려 기사모음집같이 느껴진다. 다 읽고 느낀 바로는 이 책은 부제인 '경성문인애사' '모던걸 모던보이' 이야기에 가깝다.
맨 처음 등장하는 스캔들의 주인공은 이상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인인 이상의 사생활 개인적 인생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상과 금홍의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여 문학에 관심 없는 사람도 모두 다 알 법하다. 그러나 이상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던 나도 이상의 어린시절부터 동경에서 폐결핵으로 죽기까지 모든 인생을 총망라하여 세부적으로 알지 못한다. 이 책은 그런 호기심을 세세히 충족해주는 책이다. 첫번째 파트를 가장 흥미롭게 읽었는데 글쓴이나 편집자도 그걸 의식한들 가장 앞면에 배치한듯 하다. 두 번째 세 번째 주인공은 김우진과 나혜석이다. 김우진의 불우한 사랑이야기는 김우진 자신보다는 그의 상대인 윤심덕에게 시야가 가게 된다. 현해탄에 동반자살했다, 라는 단순한 한 줄의 사실밖에 알지 못했던 나에게 이 책은 윤심덕이 어째서 그런 선택까지 하였는가 라는 구체적 이유와 상황을 제공해준다. 그러나 작가가 기자출신이 아니라 소설가라서 딱딱하고 메마른 사실적 나열보다는 그 상황에 공감되는 감정적인 접근으로 서술하여 독자를 더 몰입하게 한다. 그 시절 조선의 최고 가수인 윤심덕이었던지 글 사이사이에 그당시 신문기사와 자료들이 세부적으로 제공되는데 마치 요즘 파파라치와 디스매치에 시달리는 연예인을 보는 듯 했다. 마지막 그녀가 남긴 사의 찬미의 가사는 가슴을 절절하게 하여 유튜브로 곡을 찾아 그녀의 목소리로 부른 사의 찬미를 찬찬히 들어보게 된다. 세번째 주인공 나혜석은 유명한 페미니스트 작가이자 화가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했다. 이 책에 실린 그녀의 '이혼 고백장' 발췌문 등 그녀의 작품 일부분을 읽고 그녀의 삶에 대입하니 그녀의 작품을 따로 구입해서 읽고 싶다는 충동까지 들었다. 세 주인공 중 가장 나에게 인상 깊은 인물이다. 마지막 네번째 주인공 모윤숙은 개인적으로 이 책에 싣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인물이다. 역사에 무지한 나조차 그녀가 위안부 동원에 앞장섰으며 이승만 비호 아래서 '낙랑클럽'이라는 밀실 요정정치에 관계되있다는 점, 적극적 친일인사이자 친미반공인사로 승승장구한 문인이라는 점을 안다. 이런 인물에 대해 굳이 '경성문인애사' '모던걸 모던보이'라는 전체적 주제에 같은 수식어를 같이 붙이고 싶진 않다. 앞서 세인물에 비해 임팩트도 떨어지며 문단의 수치인 인물을 굳이 실었다는 느낌까지 든다. 이것을 제외하면 이 책은 술술 잘읽히는 편이며 나름의 재미도 있다. 이 책과 비슷한 작가의 전작 거장들의 스캔들도 개인적으로 구입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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