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일기를 쓴다. 매일을 기록한다. 그러다가 그림과 함께 글을 남기고 싶어 이런 저런 책을 찾아보고 있을때 이 책을 만났다. 한때 세밀화 그리기를 잠깐 했었다. 그때가 벌써 10년은 더 된 듯하다. 아이들과 여행을 가서 매일 하나씩 그림과 함께 짧은 글을 남겼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며 새삼 그때 어떻게 그렇게 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눈 앞에 있는 걸 그렸었고 필통, 매일타던 자전거, 내 손목에 24시가 차고 있던 노란 시계, 매일 일기를 쓰던 연필과 색연필이 나의 작은 스케치북을 가득 채웠던 생각이 나서 한참 추억에 빠지기도 하였다.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두아이의 엄마가 되고 휴직을 하며 문득 그때처럼 나의 삶을 그림과 함께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그런데 어떻게 그때처럼 그릴 수 있겠나 두려움이 생겼다. 한참 올라오는 그 마음을 가라앉히고 뭐부터 해야할까하며 이 책을 읽었다. 찬찬히 읽다보니 혼자 피식 웃기도 하고, 저자가 그린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며 자세히 오랫동안 바라보기도 하고, 저자의 글속에서 인생을 보기도 하고, 세상을 보기도 하고, 내 주위에 늘 함께 있었던 자연과 사람과 삶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삶에서 다시 한번 하나씩 천천히 바라봐 주어야 겠구나 생각했다.
많은 것들을 흘려 보내는 것이 늘 아까워 짧지만 기록을 많이 해두는 편인데 그리기와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은 스케치북을 하나샀다. 아직 그리기 전이지만 벌써 설렌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저자의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곳곳에 어려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 참 좋았다.
그림과 색과 글을 통해 삶을 이렇게 깊게 통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나도 이렇게 나이들면 참 좋겠다. 라는 욕심도 내본다.
그리기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미술 교육, 삶의 찰나들의 이야기들이 가득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저자의 따뜻한 마음까지 온전히 받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