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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님의 서재
  •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
  • 마크 월린
  • 18,900원 (10%1,050)
  • 2016-11-11
  • : 2,681

사람들은 종종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한다. 상처를 준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 시간이 흐르면 아픔이 사라질 거라 믿는다. 분명 시간이 약인 상처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상처는 영혼 깊숙이 뿌리를 드리운다. 

시간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곳에 또다시 상처가 생기는 걸 방관한다. 그렇게 엉망이 된 인간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를 가둔다.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도 없다. 삶이 불안해진다. 우울감이 온몸을 짓누른다. 스스로를 혐오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흘러간 기억이 발목을 붙잡아 오늘을 망치도록 만든다. 방향을 돌리지 않으면 안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음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멍청하게 그 길을 계속 간다.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걸까? 아무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도 알 수가 없다. 또 그런 순간이 오면 같은 선택을 되풀이한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나 또한 그랬다.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고는 스스로를 탓했다. 되풀이되는 선택의 순간, 또다시 최악의 답안을 고르고 말았다. 영문도 모른 채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 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벗어나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다. 나는 좀 더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방법을 원했다.
  
그러던 차에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내가 갖고 있는 트라우마들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들과 연결되어 있는 유전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가까이는 부모와 조부모부터 시작해 친척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살아온 궤적이 내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실제 사례들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이야기한다.

  
“트라우마에는 과거가 현재로 손을 뻗어 새로운 희생자를 낚아채는 힘이 있다.”
  
“부모의 트라우마가 그대로 아이의 트라우마가 되고 아이의 행동이나 정서 문제는 부모의 문제를 거울처럼 반영한다.”
  
“전쟁뿐 아니라 가족의 정서적 균형을 깨트릴 만큼 심각한 사건, 즉 범죄, 자살, 이른 죽음, 예상치 못하거나 돌연한 상실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는 과거에 윗세대가 겪은 트라우마 증상을 재현하게 만든다.”

  
  책은 원인을 밝히면 삶의 행로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내게 있는 불안과 두려움, 요동치는 감정에 원인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깜깜한 어둠이 내 속에 짙게 깔려있다는 걸 막연히 느낄 뿐이었다.
  책이 던지는 질문들에 마음을 열고 읽고 쓰다 보면 감춰져 있던 트라우마의 원인이 드러날 것이다. 나 또한 ‘핵심 불평-핵심 묘사어-핵심 문장-핵심 트라우마’로 이어지는 ‘핵심 언어 지도’ 그리기를 통해 내 두려움의 실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받아들일 부분까지만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핵심 언어 지도 그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연결과 화해하기 챕터는 거북하게 다가왔다. 
  중요한 사실은 트라우마의 실체를 알아챘다는 점이다. 내 핵심문장을 알게 된 후로는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가 눈에 띄게 휘발되었다. 마음에 깔려있던 암울한 분위기도 옅어졌다.

  기묘하게 돌아가는 세상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어머니의 태에 있을 때부터 시작해 우리는 수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안 좋은 사건들과 사람을 만날 때면 우리의 내면이 일그러진다.그때 누구보다 스스로를 잘 헤아려주고 믿는다면 미지의 세계로 내딛는 발걸음이 한결 더 가벼워질 거란 마음이 든다.


이 서평은 푸른숲 심심의 이벤트를 통해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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