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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님의 서재
  • 돌봄의 찻상
  • 연희
  • 15,120원 (10%840)
  • 2024-01-30
  • : 207



 차를 좋아하는 사람에서는 차의 향기가 느껴진다. 직접 얼굴을 마주할 때 뿐만 아니라 이렇게 텍스트로 만날 때도 그 향기는 오롯이 전달된다. 《돌봄의 찻상》을 처음 받아 봤을 때 예감처럼 느꼈던 이유 모를 호감은 책을 다 읽고 이 서평을 쓰는 지금 차를 좋아하고 찻상을 꾸려 차를 마시는 차애호가로서의 동질감과 친밀감으로 발전했다. 


  이 책의 부제인 "차의 템포로 자신의 마음과 천천히 걷기"와 아늑하고 정갈한 분위기의 찻상 사진은 작가가 추구하는 찻상이 어떤 것인지를 티저처럼 보여준다. 파리, 뉴욕, 런던, 교토 등 화려한 도시를 다니는 플루티스트이자 티소믈리에라는 작가의 정체성은 문득 독자와 거리감을 느끼게 하지만 이 책을 찬찬히 읽어나가면서 잘 나가는 넘사벽 사촌언니가 산전수전 겪으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차를 마시는 마음 가는 언니로 바뀌었다. 마치 차茶가 그러한 것처럼.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역시 작가가 런던에 유학하던 시절 오래된 한 교회의 오케스트라에서 매주 연주를 하고 난 뒤 가진 티타임 이야기였다. 예배가 끝나고 난 뒤 교회 어느 다락방(?)에 마련된 커다란 티테이블에서 흔한 홍차 티백과 쇼트브레드, 딸기잼 쿠키로 꾸려진 작은 찻상을 홀로 만끽했는데 지금까지도 작가 본인에게 가장 멋스러운 영국식 찻상이라 말하는 걸 보며 초반에 책을 읽을 때 가졌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는 걸 느꼈다. 이 사람은 그저 화려한 다기와 고급스러운 찻자리만을 좋아하는 그런 취향은 아니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티백의 맛을 평가절하하는 차애호가의 글은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가 차를 마시며 마음을 돌보고 정신을 가다듬고 지금에 집중해 내면을 돌아보는 모습이 익숙하게 여겨졌다. 나 또한 차를 마시며 마음의 닻을 내린다는 표현을 종종 쓰는데 현재에 몰입해 이 땅을 딛고 있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돌보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차를 마시며 배웠다.


  더불어 이 책의 큰 장점은 차를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과 서사에 멈추는 게 아니라 정확하고도 간결하게 차 그리고 차의 문화와 역사를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책의 줄기에 방해가 되지 않을 지점에서 소곤소곤 속삭이며 얘기해주는 큰 언니처럼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섬세한 배려를 보여준다.


  그리고 사진들이 컬러가 아니라 흑백이라 외려 더 좋았다. 소박하면서도 무엇에 집중해야 할 것인지를 강단있게 보여준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사실 오색찬란한 찻상 사진들은 퍽 많다.


  차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보며 공감도 하고 동방미인, 밀크티, 말차와 와가시(화과자), 백차, 녹차 등등의 이야기가 나올 때면 차를 한 잔 마시고 싶어질 것이다. 차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이 책을 보면 천천히 흐르는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보며 어떤 차든 상관 없이 차 한 잔 하고 싶어질 것이다. 결론은 차를 마시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이 서평을 쓰는 지금도 차가 마시고 싶어진다. 어서 마무리를 짓고 물을 끓이러 가야겠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찻잔에 차를 붓는 소리와 퍼져나오는 그윽한 차향과의 교감 속에서 나는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이 또한 능동적인 것이며 내면의 소리를 들어주기에 아주 좋은, 자신과의 대화의 장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계속해서 깨워내는 움직임인 듯하다."




*  메디치미디어 서평단에 참여해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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