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공지영씨가 시인은 하늘에서 내린 재능을 타고 나야한다고 말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도저히 생각해 내지 못할 말들을 쏟아낸다. 정말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도종환 시인의 [고요로 가야겠다]가 출간되었다. 솔직히 도종환 시인의 시는 40년 전에 출간된 [접시꽃 당신]외에는 읽어보지 않았다. 그의 시 [접시꽃 당신]을 내가 좋아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죽은 아내를 그리며 쓴 시라는 정도로 내 머리 속에 입력되어있다. 사실 이번에 출간된 [고요로 가야겠다]는 도종환 시인의 명성을 보고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제목이 뭔가 명상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좋았다. "고요로 가야겠다."
<이월>
"입춘이 지나갔다는 걸 나무들은 몸으로 안다
한문을 배웠을 리 없는 산수유나무 어린것들이 솟을대문 옆에서 입춘을 읽는다
이월이 좋은 것은
기다림이 나뭇가지를 출렁이게 하기 때문이다" -p22
여기까지 읽은 뒤 나는 도종환 시인에게 완전히 반해버렸다. 아마도 시인의 집 대문에 '입춘대길'이라는 입춘방이 붙어 있었나보다. 그리고 대문옆에 노란 꽃을 피운 산수유나무가 살랑거렸겠지. 바람에 흔들리는 산수유나무의 모습을 입춘을 읽는다고 표현할 수 있다니 천재가 아니면 생각해 낼 수 없다.
그뒤에 이어진 싯귀들를 다 옮기지 않았지만 모두 좋았다.
또다른 시
<산양>
어디서고
산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
곳곳이 비탈이고
벼랑이다 -p87
아마도 젊은 시인이 이런 시를 썼다면 감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종환 시인이 삶을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기때문에 이시가 더 마음에 와 닿은 것 같다.
[고요로 가야겠다]에 실린 시들이 다 좋았다.

특히나 이시는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읽고 또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나는 이 시처럼 아픔을 경험하지 않았고, 외가에서 보낸 시절은 없었다. 하지만 툇마루에 앉아서 놀던 어린시절 기억이 있다. 이 시와는 달리 나에게는 사랑채 툇마루에 앉아서 사촌들과 조잘거리고 놀던 즐거운 추억이 있다.
같이 놀던 사촌 자매들은 모두 먼 타향에 살고 있고, 집안 행사나 장례식장이 아니면 만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때 같이 놀던 추억으로 가끔의 만남에서 서로를 격하게 반긴다.
도종환 시인은 인생의 후반전을 살고 있다. [고요로 가야겠다]에서 그가 꽤 괜찮게 살아냈구나 하고 느꼈다.
명상을 같이하고 있는 친구에게 [고요로 가야겠다]를 선물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