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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이 은은한 방
  • 퇴근 후 바닐라, 라떼
  • 욱시무스
  • 13,500원 (10%750)
  • 2024-12-15
  • : 55

[퇴근 후 바닐라, 라떼]를 보면서 젊은이들의 직장 생활을 엿보고는 참 안타까웠다. 그리고 아기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쿡쿡쿡 웃기도 했다.

지금은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부부가 함께 육아를 담당하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내가 한참 아이를 키울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었다.

우리 부부도 결혼하고 한동안은 맞벌이를 했다. 나는 출산 예정일 한 달 전에 직장을 휴직했다. 그런데 아기는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났고, 친정도 시댁도 아기를 봐 줄 수 없는 입장이라 결국 나는 복직하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 두어야했다.

다행히 시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서 육아에 관한 많은 부분을 의지할 수 있었다. 시할머니를 모시고 신혼을 시작했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내가 먼저 할머니께 같이 살자고 했다. 남편과 나를 반 중매 서셨다고 자부하시는 시할머니도 좋아하셨다.

아기를 돌보는 문제에서 할머니와 가끔 의견이 부딪히기도 했지만 크게 갈등은 없었다. 그때 벌써 팔순을 넘겼던 할머니는 마냥 증손자를 예뻐하셨기때문에 아기를 매일 볼 수 있는 것만도 좋아하셨던 것 같다. 남편이 전혀 도와 주지 않은 건 아니지만, 모유 수유를 하고 천 기저귀를 썼던 내가 전적으로 아기를 돌보는 쪽이었다. 요즘 말로하면 독박 육아였지만 할머니가 계셨으니 완전 독박육아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세째아이가 네살이 되던 때부터 나도 다시 직장을 가졌다. 그때 할머니가 아이들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할머니께 참 고맙다.

[퇴근후 바닐라, 라떼]의 젊은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 추억에 빠지기도 했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

조카들이 결혼을 해서 내 주위에도 육아를 시작한 가족이 자꾸 늘고 있다. 솔직히 요즘 육아를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점도 많다. 일단 육아 용품의 가격에 놀랐다. 유모차가 백만을 넘고, 일회용 기저귀나 우유도 생각보다 비쌌다. 요즘 신세대 엄마들은 일회용품 쓰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초유조차 먹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나도 올 여름이면 할머니가 된다. 며느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일단 육아에 대해서 일절 의견을 내지 않을 작정이다. 내가 하던 방식이 먹히지도 않겠지만 며느리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면 안 되니까.

[퇴근후 바닐라, 라떼]의 바닐라와 라떼는 어린이 집을 다니는 아기들이다. 아직 36개월이 되지 않은 아기들이라 아기의 의견을 부모가 캐취하기가 어렵다.

부모도 초보라 그야말로 좌충우돌 깨지면서 아기와 함께 자라고 있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쌍둥이를 아빠 우째에게 맡기고 엄마 쓰유는 엄마들만의 휴가를 떠난 부분이다. 아빠 쓰유의 독백을 읽으면서 나는 빵터졌다. 쌍둥이를 혼자 돌보는 일이 "군대를 재입대해야하는 공포"와 같다고 말하고 있다.

쿡쿡 웃으면서도 한명 돌보기도 힘든데,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아이 둘을 혼자 돌보기가 얼마나 힘들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한돌에서 세 돌 사이의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이 [퇴근후 바닐라, 라떼]를 읽으면 위로가 될 것 같다. 세상 모든 부모가 겪어야만 하는 과정이라는 거다.

나는 아이들에게 벗어난 지가 한참 지났다.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는 정말 시간이 많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면서 살때가 가장 행복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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