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책을 보면서 내가 기차를 처음 탔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아마도 초등학교 6학년때였던 것 같다.첫 수학여행을 경주로 갔는데 기차였는지, 관광버스였는지 뚜렷하지 않다. 그때는 부산의 모든 초등학교는 무조건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불국사역에 내렸을 것이다. 불국사를 관람하고, 박물관, 첨성대, 천마총 등을 관람한 기억이 난다. 부산에서 경주까지는 기차로 갔을 테지만 경주 시내에서는 차로 이동한 기억이 별로 없다. 제법 먼 거리를 다리가 아프도록 걸었다. 허름한 여인숙인지 여관인지에서 2박을 했고, 밤에는 장기자랑을 하며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신라로 가는 마지막 기차]라는 제목이 참 신선했다. 그림책이라고는 생각을 못했고, 책고래출판사에서 신간으로 출판한 동화이거나 청소년 소설인줄 알았다. 사실 그림책이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불국사에 있는 돌사자와 돌방석과 황금돼지와 구름종이 이제 사라질 불국사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보고 돌아온다는 간단한 내용이다.


불국사 역의 실제 모습은 아담한 한옥이다. 그림속 기차역과 닮았다. 폐역이 된 불국사역 주변을 살펴보지 않아서 진짜 모습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림책에서는 역사가 연꽃에 둘러싸여 꼭 연못 속에 있는 집 같다.

이 기차는 평범한 소시민이 이용하는 기차라서 할머니, 할아버지, 아기와 엄마, 그리고 삼화령 아기부처님도 탔다.

이제 100년 동안 쉬지않고 달렸던 기차는 영원한 휴식에 들어갔다. 불국사 돌사자와 돌방석과 황금돼지와 구름종에게는 연꽃나라 역을 지나는 기차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신라로 가는 마지막 기차]는 그림이 참 온화하다. 그림만 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그림책을 다 보고 나니 뭔가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쓸쓸해진다. 인생무상이랄까?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소녀시절 한참 외우고 다녔던 어느 싯귀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