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 갔을까(서평)
비우기 위해 떠난 이해솔 작가는 많은 것을 얻어왔고, 그렇게 써 내린 초대장은 독자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한 달 전 필자는 지리산 둘레길로 향했다. 목표 없이 무미건조한 삶이 이어져 자발적 고생길을 떠난 것이다. 걷는다는 건 두 발과 두 손의 엇갈림을 반복하는 것, 그 이상이다. 길에서 만난 인연은 같은 시각, 같은 장소,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단 이유로 더욱 특별하다. 서울에서 들었다면 ‘아, 그렇구나’하며 넘어갈 이야기지만 두 눈망울을 빛내며 우리의 속도에 맞춰 들려오는 이야기는 다른 힘을 지닌다. 뒤에 펼쳐진 풍경과 상기된 두 볼 그리고 공통점이 없기에 더해지는 안생함.
작게는 지면의 3분의 1, 크게는 한 지면 전부를 차지한 사진들 덕분에 마치 산티아고에 있는 기분이다. 미사를 본 성당이 이곳일까, 남편을 보내고 순례길을 걷는 여성을 이곳에서 마주쳤을까. 작가가 만난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졌고 사진에 사연이 입혀지며 더욱 입체적인 인물이 완성된다. 마치 누군가의 인생을 담은 소설 여러 편을 본 느낌이다.
산티아고로 걸음을 옮기게 하는 이만한 초대장이 더 있을까. 작가의 도망은 우리의 희망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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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부엔까미노! 그리고 세라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