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매콤함이 스치지만 결국 속은 편하다. 어느순간 흠칫하지만 그 흠칫은 평온만을 남긴다.
주변에서 보고 들을 법한 이야기였기에 몰입이 쉬웠으나 그만큼 단편적이다. 서문과 작가 인터뷰 글을 보고나니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이 모인 단체의 이름은 왜 문학서울일까. 이들은 왜 모였을까. 모인 이유는 밝히나 각 소설은 침묵했다.
공유 주제가 있다면 어땠을까. 이야기 범위가 다양하니 인생 전반이 아닌 한 챕터만 엿본 느낌이다. 비오 7세를 파리로 불러오기 위해선 문학서울만의 무기가 필요하다. 그들은 왜 쓰고 말할까. 무언가를 위해 존재하는 문학서울은 무엇도 말하지 않았다.
이우 작가의 서울이데아를 재밌게 읽었다. 이 때문일까. 소설가들의 의도를 담기엔 지면이 부족했다. 누군가를 끌어들일 제목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등장인물의 대사로 끝났을 문장이 제목이 되기도 했고, 의도 모를 단어가 소설을 대표하기도 했다. 더 깊이 보고 싶은 인물이 서브로 남았고, 소설집에 존재하는 이유가 궁금한 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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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 7세가 문학서울에 도착하기까진 꽤 복잡한 미로가 존재한다. 소설가들이 제 옷을 갖춰입는다면 그 미로를 터뜨릴 수 있지 않을까. 대부분의 미로는 나무로 구성된 초록색, 문학서울의 첫 소설집을 휘감고 있다. _이수현 작가의 미로를 다시 읽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