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썬의 솔직한 서평^^
  •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 주영헌
  • 10,800원 (10%600)
  • 2020-11-11
  • : 146

한줄 총평 : 이별 후에 읽으면 좋을 예쁜 시집

내 돈으로 시집을 샀던 첫 경험의 기억이 생생하다. 한창 감수성이 풍부해질 무렵인 초등학교 6학년. 절친인 지혜와 학교 근처 서점에 가서 각자의 돈으로 서로 다른 시집 한 권씩을 사서 읽고, 바꿔 보았다. 어떤 내용의 시들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시집을 고를까?' 설렜던 마음, 한 편 한 편의 시를 음미하며 읽었던 기억이 어슴프레 남아 있다.

이번 주영헌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시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책이다. 서평을 신청해서 받은 책이지만, 책을 보내기 전부터 정성이 담긴 문자를 보내주셨다. 책 안에는 내 이름과 더불어 '우리는 서로의 발이 되어 먼 길 걸어가는 외발입니다'라는 시인스러운 문구와 싸인을 해주셨다. 자신의 책에 애정이 없는 작가는 없겠지만, 독자에게 책이 도달하는 순간까지 그 애정을 그대로 전해주어서 따듯했고, 감사했다. 그래서 그런지, 귀하게 시를 읽었던 것 같다.

4부로 구성된 이별 가득한 시(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1부 당신이 잘 살아야 내가 살아요

2부 원망은 혼자서도 잘 자랍니다

3부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 본 적이 있나요

4부 날이 좋아서 이번에는

이렇게 4부로 구성된 시집(당신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총 51편의 시가 실려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시인이 가슴 절절히 '이별'을 경험하고 쓴 시 같았다. 몇 편의 제목을 살펴보면, (이별 예보, 당신이 잘 살아야 내가 살아요, 반대쪽, 울기 시작하면, 눈물을 정해진 방향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선언한 이별 등) 이별 전후의 감정이 잘 녹아난 시들이 많다.

물론, 읽는 이에 따라서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다른 것에 비추어 시를 느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읽고 느낀 바는 그렇다. 그런데 이미 아줌마가 되어 버린 내게는 공감도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몇 번의 연애 후 결혼했기에, 나 역시도 미혼일 때는 이별에 마음 아파하고 잠못 이루고, 눈물 펑펑 쏟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이미 많이 퇴색되어버린 기억이지만. 이 시를 읽으며 그때를 회상하자니,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여서 그냥 시 자체로 읽었다.

시들을 돋보이게 하는 예쁜 그림들

출판사에서 이 책(주영헌의 당신이 아니면 나는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예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의 시만 있었다면 밋밋했을 것 같은데, 예쁜 그림들이 시와 조화롭게 어울리며 시인의 감정을 좀 더 잘 느끼도록 도왔다. 종이 색깔도 알록달록해서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책 중에서 유독 눈이 가는 시 한 편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바다는 왜 해변을 두드릴까요

오늘도 바다는 해변을 두드립니다

얼마나 그리워야

쉬지도 않을까요

얼마나 외로워야

하루에 몇 번이나 육지를 껴안는 것일까요

보고 있으니

나까지 쓸쓸해져서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당신을 다시 안아보고 싶습니다

-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중에서 -

마음이 답답할 때 바다에 간 적도 있고,

남편과 여행길에 들린 적도 있고,

아이들과 여름 휴가를 갔던 적도 있는 바다.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답답했던 마음이 뻥~뚫린 것 처럼 좋았다. 바다를 보며 시인처럼 생각해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소설가나 시인이 존경스러운 부분은 같은 대상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그 안에서 나름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얼마나 생각을 많이 하고, 느껴야 그러한 경지에 다다를까.

이 책의 뒷 부분에 실린 나태주 시인의 말이 내 고민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겠다.

"시인의 시도 그렇게 자신이 겪은 삶에서 찾아낸 시"라는 말.

"시는 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습으로 이루어진다"는 말.

여전히 시는 나에게 낯설다. 은유적 표현보다는 직설적 표현이 편하다. 그래도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부럽다. 모든 감정의 촉각이 살아 있는 삶을 살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시집 제목인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 대해서 나만의 작은 시로 마무리 해보려고 한다.

당신이 아니어도 나는 꽤 괜찮은 사람

당신에 기대어 삶을 살았습니다

당신의 말에 나는 미소 지었고

당신의 행동에 나는 웃음을 지었습니다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당신의 기억이 흐릿해졌습니다

당신이 아니어도 나

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더군요

당신이 아니어도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이 아니어도

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 삶에 전부였던 당신

나는 꽤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당신도 내가 아니여도

잘 살아가고 있기를 소망합니다

- 첫 사랑의 기억을 더듬으며 써본 나만의 시 -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