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G. 웰스의 <타임머신> 이라는 책이 있다. '타임머신'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저자로 책 속 시간여행가가 타임머신을 개발해 약 80만년 후의 미래로 간 이야기이다. 그곳에서는 우리의 판타지와는 다르게 지상세계의 엘로이와 지하세계의 몰록, 두 종의 인간이 살아간다. 인간은 과거로든 미래로든 '타임머신을 타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간다면?' 하는 상상을 한 번쯤 해본다.

김하연의 <시간을 건너는 집>도 그와 비슷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청소년 소설로 이야기의 주인공 4명도 중학생2명, 고등학생 2명이 등장한다. 가장 큰 줄거리는 우연히 받게 된 하얀 운동화를 신은 아이들이 12월 31일 다섯 시에 집으로 오면, 과거, 현재, 미래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다. 각각의 사연이 모두 다른 아이들. 그들을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궁금해서 책을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다.
4명의 친구들 소개
1. 선미
고등학교 2학년 여자친구, 엄마가 암으로 투병 중이다. 아빠와 선미는 오랜 간호 끝에 조금씩 지쳐간다. 선미는 우연히 알게 된 하얀 운동화의 비밀을 듣고, 어쩌면 엄마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 <시간을 건너는 집>의 규칙을 잘 지킨다.
2. 강민
고등학교 2하년 남자친구로 외모도 집안도 모두 완벽하다. 그래서 세 명의 아이들과 달리 고민이 없어 보인다. 왜 이 집에 오게 된 것인지 다들 의아해 하지만 책 말미에 가서 강민의 비밀이 밝혀진다.
3. 자영
중학교 2학년 여자친구로 왕따다. 자영이가 왕따 당하는 모습이 디테일하게 그려져서 몇 몇 부분에서는 눈살이 찌푸려 지기도 했다.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당연히 미래를 선택하리라 예상했는데, 자영은 그러지 않았다.
4. 이수
중학교 2학년 남자친구로 최고의 반항아다. 엄마의 바람도 목격하고, 6살때 아빠로부터의 학대와 죽음을 목격한 충격으로 계속 삶이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안타까운 친구다.
<시간을 건너는 집> 의 조건
지금 이 시간을 지우고 다른 시간으로 갈 수 있다는 설정. 어딘지 뻔하게 들리긴 하지만 나름 작가만의 특수한 설정을 해 놓았다. 이 집에서 아이들이 지내며 지켜야 하는 몇 가지 규칙이 있는 것이다.
1) 그 누구에게도 이 집(시간을 건너는 집)과 하얀 운동화에 대해서 말하면 안 된다.
2)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이 집에 나와야 한다.
- 그 밖에 하얀 운동화를 신을 때에만 이 집이 보인다.
- 집을 나올 때는 한 명씩 밖에 나와야 한다.
- 과거든 미래든 최대 5년까지만 가능하다.
- 죽음은 막을 수가 없다.
- 시간을 건너는 집에서의 기억은 모두 사라진다.

처음에 이 책의 차례를 보고 8월붵 12월까지 달만 나와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글의 구조를 보니 금방 이해가 되었다. 처음에 서로를 몰랐던 네 명의 아이들이 달이 바뀔수록 친밀해지고, 서로의 고민도 자연스럽게 나누고, 도움도 요청하며 지낸다. 읽으면서 부러웠던 규칙 중 하나는 네 아이가 모두 모였을 시간이 멈춘다는 사실이다. '시간을 건너는 집' 안에서 영화를 볼 수도 있고, 할머니가 넣어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도 있다.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을까.

아이들은 어떤 문을 선택할까?
아이들은 각각 어떤 문을 선택할까? 이야기의 절정 중 이수가 자영이를 왕따시키는 친구 중 한명을 칼로 찌르는 사건이 일어난다. 결국, 이수는 조건을 채우지 못해 시간을 문을 선택하지 못하고 소년원에 가게 된다. 그럼, 다른 세 명의 친구들은 어떤 문을 열었을까?
먼저, 선미의 선택. 이미 엄마는 12월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나버렸다. 선미는 미래를 선택했고, 교생 실습에서 누군가를 만난다.
자영이의 선택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현재를 선택했다. 지금의 삶이 정말 싫었을텐데, 시간을 건너는 집에서 만났던 이수,선미, 강민의 따뜻함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강민은 현재를 선택했다. 이수가 있는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지만 함께 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강민은 '시간을 건너는 집'에 두 번째 오게 된 특이한 케이스다.( 그 이유가 궁금하신 분은 책을 꼭 보시길~^^)
글의 마무리에 이수와 자영, 그리고 선미가 만나게 되면 이야기는 훈훈하게 끝을 맺는다.
나에게 하얀 운동화가 생긴다면?
이 책(김하연의 시간을 건너는 집)을 읽으며, 나에게 하얀 운동화가 생긴다면 나는 어떤 운동화를 선택할 지 고민해 보았다.
1. 과거를 선택
시간이 제약이 없다면, 나는 결혼을 안 하는 선택을 하고 싶다. 결혼 생활을 해보니, 나의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이 결혼생활에 걸림돌이 될 때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이 책의 조건대로 최대 5년이라면, 내가 가장 힘들었던 2살, 1살의 연년생을 키우던 시절이라 그때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2. 미래를 선택
5년 뒤 미래라면, 내 나이는 40대 초반이요. 아이들은 초등 고학년이다. 삶은 안정될 수 있겠으나 예쁜 내 아이들의 모습을 못 보고 지나갈 수는 없다. 미래를 선택한다면, 코로나가 사라진 1~2년 정도가 딱 좋을 것 같다.
3. 현재를 선택
나는 아마도 현재의 문을 선택할 것 같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불편함과 답답함이 있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한 나날이다. 특히, 지금도 한창 예쁜 아이들의 시간을 건너뛰고 싶지는 않다. 남편과의 관계도 많이 개선된 지금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며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가는 이 시간을 다시 선택하겠다.
이 책(시간을 건너는 집) 저자의 메세지

가끔식 나는 아이들의 뒷 이야기를 상상한다. 그 상상 속에서 아이들은 이제 행복하다. 이 세상은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험난한 일이 아무 예고 없이 아이들을 또다시 덮치겠지만, 어떤 고난 속에서도 사람은 사람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길에는 꼭 그런 사람이 함께하기를. 어느 날 하얀 운동화를 받더라도 망설임 없이 '현재의 문'을 선택할 수 있기를. 그만큼 당신의 삶이 늘 행복하면 좋겠다.
책 247쪽

저자의 책 마지막 메세지를 읽고, 지금 내 삶이 참으로 감사했다. 내가 만약 학창 시절이었다면, 그 당시 고통으로 인해 주저없이 미래를 선택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의 내 삶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머물고 싶은 것을 보니 잘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청소년용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재미나게 술술 잘 읽힌다. 약간의 판타지가 섞여 있는 <시간을 건너는 집> .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정성껏 작성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