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 인간의 유전자 구조는 다른 두 종의 침팬지와 98퍼센트 이상이 동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적 차이는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이인 북아메리카의 붉은 눈비레오와 흰눈비레오라는 두 종류의 새가 지닌 차이보다 더 작다.
즉 인간은 아직 과거의 생물학적 유산을 거의 전부 짊어진 채 살고 있는 것이다.
다윈 시대 이래로 유인원과 현대인 사이에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몇 백 가지의 생물 화석이 발견되었으므로, 이성을 지닌인간이라면 더 이상 명백한 증거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유인원의 한 종에서 진화했다는 예전에는 어처구니없게만 여겨지던 이론은 확실한 과학적 근거에 따라 증명된 것이다. 과학적 연결 고리가 발견됐지만 완전히 풀리지 않는 흥미로운 문제점 또한 제기되어 왔다.
인간이 새롭게 찾아낸 아주 작은 새로운 부분-인간과 침팬지 유전자가 1.6퍼센트 다르다는 점-이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게 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 인류가 그 특이한 유전자 때문에 겪게 된 체험은 커다란 진화의 귀결 중 몇 가지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한다. 인간이 진화한 과정을 전체로 볼 때 1.6퍼센트의 특이한 유전자 덕분에 인간이 비로소 인간답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변화이다.
실제로 불과 10만 년 전에 만약 우주에서 온 동물학자가 있었다면 인간을 단지 대형 포유류의 한 종류로 보았을 것이다. 물론 인간은 두 가지의 기발한 행동을 보였을 것이다. 불과 도구의 사용이 바로 그것이다.- P19
오늘날 인간이 하나의 동물류에서 생물학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그 독특한 성질 때문이다. 어떤 대형 동물(이른바 거대 동물군)도 사막과 한대, 열대우림 등 모든 대륙에서 살 수 없으며 어디서나 번식할 수 있는 동물도 없다. 따라서 어떤 대형 동물도 개체의 수효 면에서 인간을 따라갈 수 없다.
인간의 독특한 성질 가운데 서로 죽이는 것과 환경 파괴리는 두 가지 성향이 인간 존재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런 성향은 다른 동물에게도 있다. 예컨대 사자를 비롯한 많은 동물이 동료를 죽이고, 코끼리를 비롯한 일부 동물은 환경을 파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기술력과 폭발적인 인구 증가는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훨씬 위협적이다.
만약 인간이 그런 못된 성향을 반성하고 고치지 않는다면 세계의 종말이 머지않았다는 예언은 별로 새삼스럽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것이있다면 그 예언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이유는 인간을 순식간에 몰살시킬 핵무기가 인간의 손에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일찍이 그런 것을 가졌던 적이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지구의 실제 생산량(태양에서 얻는 실질적인 에너지의 양)의 약 40퍼센트를 인간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세계의 인구가 증가한다면 인간의 생물학적인 성장이 한계에 이를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때가 되면, 지구상의 한정된 자원의 몫을 둘러싸고 인류는 혈안이 되어 서로 생존을 위한 싸움을 전개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속도로 생물의 종을 멸종시켜나간다면, 현재 지구에서 생존하고 있는 생물의 반 이상이 다음 세기안에 멸종되든지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생존과 생활을 많은 종에 의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많은 종의 씨를 계속 말려간다면 마침내 자신의 씨까지도 말리게되는 위기를 맞을 것이다.- P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