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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ole님의 서재
  • 사하라 이야기
  • 싼마오
  • 8,820원 (10%490)
  • 2008-07-21
  • : 539

끝없이 광활한 하늘 아래 가득 펼쳐진 금빛 모래 위를 오직 우리 두 사람의 작은 그림자만이 걷고 있었다.

사방은 죽은 듯이 고요했다. 사막, 바로 이 순간의 사막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당신은 아마 걸어서 결혼하러 가는 최초의 신부일 거야.”
“나는 낙타를 타고 고함을 지르며 달려가고 싶었다고. 그 기세가 얼마나 웅장하겠어! 으, 너무 안타깝다!”
나는 낙타를 타고 가지 못하는 것이 못내 한스러웠다.
--- p.33, 「결혼 이야기」 중에서


 

사하라 사막에 떨어진 어린왕자를 떠올리며
나는 늘 사막을 걷는 일을 꿈꿨다.
한동안 사막 속에서 유목민처럼 사는 상상에
빠져나오지 못했다. 바람 따라, 길 따라 천막을 치고, 걷고,
또 살 곳을 찾아 옮겨다니는 삶.
아직 철이 없어서, 세상을 몰라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겠지. 진짜 그런 삶을 살면 얼마나 힘든데,
하고 말하겠지. 남들은.
하지만 나는 자꾸 그런 삶에 목마르다.
철이 없는지, 세상 모르는지, 내가 후회할지는
그렇게 살아보고 난 뒤의 문제니까
더는 내 생각에 뭐라하지 않아줬음 좋겠지만
어찌 보면 그건 그들의 문제니까 집어치우고
내 생각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나도 적당히 알고 있다.
그 척박한 삶에 대해.
짧은 배낭여행 중에 사막을 세 번 갔었다.
같은 사막이지만 그 풍경이 어찌나 다른지,,,
그 감동 또한 제각각이었다.
 
첫번째 사막은 흔히 상상했던 곳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지프차를 다고 모래 언덕을 넘을 때마다
엉덩방아를 찍었는데, 그때마다 이스라엘 녀석들이 어찌나 소리를 질러대던지... 시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
나는 손을 내밀어 하늘을 만졌고
세상은 온통 모래와 별들로 가득해졌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사막은 이렇구나.
별이 땅에 닿아있구나.
몇시간 남짓하는 사막 체험을 끝내고
까사 데 아레나로 돌아온 나는
온몸에 끼여버린 모래를 털어내느라 여간 고생한 게 아니다.
일주일 넘도록 몸 속에서 모래가 나온 것 같다. 크큭.
 
아차, 모래 때문에 사막에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은 게
못내 아쉬웠다. 
 
모래를 털어내는 일이 조금 곤욕스럽긴 했지만, 내 첫번째 사막은 그간 상상했던 그 무엇보다 더한 감동을 안겨줬다.
아무튼, 책 리뷰를 쓰면서 왜 이렇게 사막 이야기를 하나 싶겠지만, 조금 기다려봐라. 이제 책 얘기 할 테니.
이 책은 사하라사막에서 신혼 생활을 한 싼마오의 체험기다.
정규교육을 적응하지 못했고, 머무르는 일이 죽는 일보다 힘들었던 싼마오는 24세에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방황한다. 그야말로 유랑민처럼. 그러다 마드리드에서 호세라는 스페인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데, 그들의 터전이 바로 서사하라 사막이라는 것.



싼마오는 어릴 적 우연히 본 사하라 사막에 매료되어
늘 사막을 꿈꿨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호세는 싼마오보다 먼저 사막에 가서 직장을 구하고 싼마오를 기다렸다.
꽤 드라마틱한 이야기지만 이건 사실이고,
그 옛날 1970년대에 있었던 일이다.
이 책은 사하라위족과 같은 동네에 살면서
싼마오가 직접 겪은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써내려간 에세이이다.
쉽고 편하게, 직접 겪은 일들을 술술 풀어내는 데
한번 이 책을 잡으면 결코 놓을 수가 없었다.


아, 이건데......
사막.
그래 사막.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잊고 있었던 사막을 꿈꿨다.
그 옛날 동화책에서 왕자와 공주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말은 결코 내게 위안이 되지 않는다. 척박한 땅에서 삶을 일구며 이런저런 사람들과 부대끼며 그렇게 살고 싶다, 나도.
그러면서 더 깊이 있고 사랑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이곳에서는 절망하고 억압받고 답답하고
때론 숨이 막히니까. 사실은 행복해하고 있지 않으니까.
요즘에만 그런 건지, 사실 예전부터 그랬는지 그것조차 모르겠지만.
 

......

책을 읽으며 싼마오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그녀는 어렸을 때 잘 웃지 않았다 한다.
정규교육, 억압받는 생활 속에서 살아갈 힘이 없었던 그녀는
여행을 하고 호세를 만나 사하라에 정착하면서
생명력 넘치고 긍정적이고 이웃을 사랑하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아니, 변해갔다기보다 원래 그녀에게 그런 면모가 있었는데
문명사회 속에서는 차마 발견해낼 여력이 없었던 게 아닐까.
 

오늘 나는 <어린왕자>처럼 평생 간직하며 살 책을 만나서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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