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거지와 잡초
타인을 해칠 힘이 있지만, 누구도 해치지 않는 이들,
당장 행할 수 있는 일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이들.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면서도 정작 자신은 돌과 같아,
냉정하고, 침착하고, 유혹에도 굳건하네.
이들은 하늘이 내린 은총의 적법한 상속자요,
자연이 주는 풍요를 낭비하지 않는 절약가라,
이들은 제 얼굴의 주인이자 임자이지만,
다른 이들은 이렇게 뛰어난 사람의 시종일 뿐이네.
여름철 꽃은 홀로 피고 질 뿐이지만
여름에 향기를 풍긴다네.
그런데 그 꽃이 몹쓸 병에 걸리면
하찮은 잡초보다도 초라하게 변한다네.
가장 향기로운 존재라도 행동거지 때문에 추해지는 법,
썩어 문드러진 백합은 잡초보다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네.
<소네트 94>
윌리엄 셰익스피어- P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