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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davida님의 서재
  • 저 산후 우울증인 것 같아요
  • 양정은
  • 14,400원 (10%800)
  • 2022-07-10
  • : 136
아 책의 작가인 정은씨는 책모임으로 만났지만 아이들의 나이가 달라서 자주 만나거나 시시콜콜 나눌 이야기는 적은 편이었다. 내 성격에 나보다 어린 사람과는 친해지기가 어려워서 그만큼 한 발 물러서 있었던 것도 있다. 하지만 정은씨와 대화하는 일은 참 즐거웠는데 나와는 자라온 환경(예측컨대)과 생각이 달라도 전혀 이질감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긍정적으로 대할 수 있는 건 내게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정은씨를 만났을 때야말로 내게는 인생의 가장 큰 시련이 있었던지라 낮에는 집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웃거나 평정심을 유지했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 해가 떨어지는 걸 보면서 내내 울고 있었다. 안에서 운다고 밖에서도 울어서야 되겠냐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이런저런 활동을 하며 나를 추스렸지만 그래도 매시간 마음이 무너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속을 보여주는 게 힘들었는데, 책을 앞에 두고 정은씨와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위로를 받았다.

이 책은 어쩌면 정은씨의 이야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집 안의 생활을 알 수 없고, 아이들을 데리고 만나지 않았던 우리이기에 각자의 모든 생활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은씨를 그저 자존감이 높고, 상대의 마음을 잘 읽어주던 유능한 젊은 여성으로만 보았던 느낌으로는 제작 당시부터 이 책의 주제가 의아하기도 했다.
(사실 누군가의 허락 없이 이런 이야기를 평가랍시고 공개적으로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덜 편향된 티가 나면서 책을 끝까지 읽어본 사람의 입장에 치중해 글을 남기고 싶다.)
내가 어떤 나인지 주변 사람들이 잘 몰랐던 것처럼, 집 안에서 고군분투했을 정은씨 모습은 이 책을 통해서 그나마 알게 되었다. 젊고, 똑똑하고, 가족의 응원을 받고, 용기를 가지고 만났지만 출산, 육아가 쉽지 않았다니. 세상에서 제일 큰 힘이라는 부모님도 그야말로 완벽하게 정은씨 옆에 계셨지만 그래도 힘들었다니. 내가 더 힘들고, 너는 그나마 괜찮다-는 가치 없는 훈장식 발언을 하려는 건 아니다. 대신 다른 인생과 생활을 사는 누군가에게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끝까지 책을 읽을 것인가가 허들이 될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들은 나와 다른 상황을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만히 앉아 듣기는 힘들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정은씨와는 달리.
하지만, [이건 정은씨 이야기이다.]
어젯밤에 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작은 도시에 평범하게 사는 여성이 보이고, 평범하게 웃고, 우는 정은씨가 보였다. 괴로움을 괴롭게 만나고, 외로움을 외롭게 만나고, 부당함을 부당하게 만났다. 그럴 때마다 그는 무너지고, 울다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한 여성이었다. 정은씨 이야기가 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읽는 사람의 출산, 육아로 우울한/했을 마음도 함께 들여다 봐준다는 거다. 그 힘을 이 책 중간중간에서 느꼈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정은씨가 내 사연을 듣고는 정곡을 찔러 상담해 주었다.
"언니, 그런 일이 있었군요. 힘들었겠어요, 그런데 이 부분은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어요?"
"아, 이러이러해서 이런 감정이었다는 거죠? 저러저러하게 해석하는 게 싫었던 거죠?" 정은씨 책도 정은씨처럼 말을 걸었다. 나만의 산후우울기를 돌아볼 힘을 얻으며 책을 계속 넘기고 그러다 이렇게 감상문도 남겨본다.

p.s. 옛날옛날에 "애도"의 학술적 개념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게 무슨 말이냐고 딴지 걸었던 거 너무 미안해요, 양정은 작가님. 책의 이 부분은 두고두고 다시 읽고, 더 찾아서 공부할 거예요.

별 하나 뺀 건 편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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