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주변에서 반딧불 떼를 만나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돌아가야 될 시간 따위야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는 이 점이 좋다. 마지막 전철은 몇 시니까 몇 시엔 산에서 내려가야 한다고 정확히 계산하면서는 마음껏 여유를 즐길 수 없을 테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거기서 하룻밤 묵어도 좋으리라. 여행의 달인이란 이렇게 자유자재로 시간을 즐기는 법을 아는 사람을 이르는 것이다. 물론 목적지를 확실히 정하고 예상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해서 계획된 시각에 맞춰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다. 다들 자신만의 방식이 있을 터이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뚜렷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다니는 여행이 좋다.
<머리를 비우는 시간> 中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