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내게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익숙하지 않은 책이었다.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오래전부터 이름을 들어온 작품이었지만,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초면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신화를 바탕으로 한 서정적인 작품들보다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기록하려 한 이 책을 먼저 읽는 편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지성의 다른 책들이 그러하듯, 이 책 역시 명화와 함께 그림에 대한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 이러한 명화들을 먼저 감상하며 읽기를 시작하는 과정은, 앞으로 펼쳐질 방대한 역사를 미리 맛보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시대적 분위기와 역사적 맥락에 대한 감각을 아름다운 명화를 통해 독자에게 먼저 건네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이 방대하고 어려운 책을 읽기 위해서 나는 박문재 역자의 해설을 먼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해설에서 역자는 책을 이해하기 위해 두 가지 전제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는 고대 헬라스의 지리와 도시국가들에 대한 이해이며, 둘째는 페르시아 전쟁 전후부터 펠로폰네소스 전쟁 발발에 이르기까지의 정치외교적 정세다. 이러한 배경지식이 있어야만 비로소 책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다. 다만 책 곳곳에 자세한 각주와 지도 자료가 포함되어 있어 사전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어볼 만한 책이기도 하다.
그렇게 읽어본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고대의 전쟁을 다뤘지만,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선택과 오만, 공포와 계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책이었다. 투키디데스가 기록한 것은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거나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신화가 아니라, 권력과 이해관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반복적으로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가에 대한 냉정한 관찰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어렵고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들여 읽을 가치가 있다. 신화가 아닌 역사로 인간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트로이아 전쟁 이후, 신과 인간이 뒤엉켜 역사를 움직이던 신화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린다. 더 이상 신의 계시가 세계를 설명하지 못하고, 영웅의 혈통이 미래를 보증하지 않던 순간, 역사는 인간의 선택과 욕망, 두려움과 계산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투키디데스는 바로 그 전환점을 기록한 최초의 역사가다. 그는 전쟁을 영웅담으로 꾸미지도, 신의 뜻으로 포장하지도 않았다. 대신 인간이 왜 싸우고, 왜 오판하며, 어떻게 공동체를 파괴하는지를 끝까지 추적했다. 그에게 역사는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인간 본성의 실험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