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례 -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 또는 정하여진 방식에 따라 치르는 행사
솔직히 말하건대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이 책은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누군가 내게 의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을 아냐고 묻는다면 나는 "네, 제가 바로 그 분야의 1등입니다!"라고 얘기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의 나에 대해 말해보겠다. 내가 학교를 다니며 가장 기괴한 의례, 의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선물 바꾸기' 문화였다. 여학생들 사이에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는 그 의례는 주로 상대가 원하는 선물을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구입해 교환하는 것이었다. 서로에게 구입 링크를 보내주는 식으로 가격을 맞추어 선물하고 또 자신도 그 비슷한 조건으로 선물 받는다. 그때의 나는 그 문화 행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 번 돈도 아니고 용돈을 받아 그렇게 선물 교환식을 진행하는 것이 이상하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중요한 것은 선물 자체가 아니라 선물 교환에서 오는 상대를 생각하고 또 깊이 신경 썼다는 그 행위였다는 걸 안다.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는 케이틀린 오코넬의 작품으로 야생동물의 의례들(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여행)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내가 지키고 있는 못하는 의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인사 의례를 살펴보자. 나는 요즘 사람들 대부분이 이웃 주민을 알지 못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했을 때조차 인사하지 않고 지나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용기 내서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나는 꽤나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이 있다. 이 놀라운 경험을 떠올리니 책의 한 구절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간단한 인사라도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비록 상대가 낯선 사람일지라도 우리는 눈을 맞추면서 미소를 띠며 인사말을 내뱉을 때 보람을 느낀다. 과학자들은 인사를 받은 사람이 웃어주면 우리 마음이 긍정적인 기분으로 가득 차오른다는 사실을 밝혔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소통을 많이 한 날에 더욱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는 사람보다 낯선 사람과 대화할 때 그와 더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p.58)"
그리고 앞서 말한 선물 의례에 대해서 이 책은 선물 의례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선물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에게 더 의미가 있다. 이 의례에서는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사용할 때마다 그 사람이 떠오르기 때문에 선물한 사람은 물건에 비추어 영원히 기억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물을 받은 사람은 선물을 준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회고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선물을 받은 사람이 자신의 손에 들린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고 고마워하는 일 역시 의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선물이 줄 때 더 의미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것 또한 선물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에서는 인사와 선물 두 가지 의례에 대한 내용만 다루었지만,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는 더 많은 재미있는 동물과 사람의 의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령 '구애' 파트는 굉장히 흥미로운 파트 중에 하나였다. 자연과 동물이 이야기하고 중요히 생각하는 이 의례들을 우리는 어쩌면 지나친 개인주의에 빠져 너무 무관심하게 흘려보내왔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말하는 인간의 위치, 자신의 위치는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공동체에서의 나의 역할과 배려, 타인을 신경 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사하며 뽀뽀하고, 그가 좋아할 만한 물건을 선물하고, 큰 소리를 노래를 부르며 웃고, 세상을 떠난 사람을 위해 눈물 흘리며 슬퍼하는 것 이 모든 의례들은 우리가 이 사회를 살아가며 삶을 평화롭고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