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

나는 가끔 자연재해라고도 불리는 운명의 소용돌이를 직격타로 맞았다.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장난은 펼쳐지지만, 나는 극심한 자기 연민과 함께 내 결정을 너무 후회하고 걱정하며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했다. 머릿속에서 같은 일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그리며 과거의 결정을 떠올렸다. 어떻게 행동했어야 했는지 수없이 고민했다. 내가 멈출 수 있었던 일이 아님에도. 결국 그 소용돌이를 머릿속으로 그리다 보니 어느 순간 실제의 나는 태풍의 눈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나는 그렇게 내가 만들어 낸 폭풍의 눈에 갇힌 것이다.
소설 <모비딕>에서 에이해브는 자신에게 치명적인 장애를 입힌 고래 '모비딕'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제 인생을 바친다. 그의 복수는 너무나 처절하고 광란의 고통이다. 에이해브는 모비딕과 겨루는 꿈을 탈진할 정도로 생생하게 꾸며 그 꿈 때문에 그의 머릿속은 미친듯이 충돌하고 불타오르는 기분이다. 거대한 흰 고래를 잡기 위한 처절한 욕망과 분노 그리고 그 저편에 숨겨져 있는 고통스러운 두려움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 마련이다.
"오, 에이해브!" 스타벅이 소리쳤다. "오늘이 사흘째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보십시오! 모비 딕은 당신을 쫓고 있지 않습니다. 미친 듯이 고래를 쫓고 있는 것은 당신입니다!"
에필로그 이후 이 책의 해제에는 작품의 내외는 물론 다양한 시각으로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는 이 책을 다른 무엇보다도 심리적 해석을 바탕으로 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흰 고래가 개인의 트라우마를 상징한다는 해석이다. 에이해브가 모비딕에게 다리 한쪽을 잃은 사건에서 기인한 트라우마가 그 충격적인 사건(트라우마)를 보상받기 위해 끊임없이 기억 속에서 '반복'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반복'은 잃어버리고 상실한 것을 아까워하고 잊지 못하기에 그 사건에 대한 원망과 분노의 감정을 키운다는 뜻이다. 내게는 분노와 병적인 원망이었다기 보다는 후회였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좁았던 인생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이 세상의 많은 측면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은 두려움으로 이루어져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