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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i0615님의 서재
  • 나나 (양장)
  • 이희영
  • 11,700원 (10%650)
  • 2021-10-01
  • : 3,497

육체와 영혼은 분리될 수 있을까?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다면 진짜 '나'는 육체일까, 영혼일까? 공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해봤을 것이다. 먼 미래에 육체만을 새로운 것으로 갈아끼우며 뇌를 이식하고, 영생을 산다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소모품인 육체는 버려지고 그 안의 기억과 생각만을 가진 뇌만이 살아남는다.

<나나>는 살아남은 '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기억에 대한 논의 이전에 그 '뇌' 안의 '영혼'에 집중한다. 영혼은 우리가 살아가며 마땅히 가져야 할 생각들, 열정, 배려, 사랑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앎이다. 영혼의 상태로 존재하는 두 등장인물 수리와 은류는 전혀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상황에서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인물들이다.

수리는 그 영혼이 육체에 머물렀을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생활을 걱정하며 성적을 신경 쓰고 타인의 평가와 시선을 의식한다. 그건 자신의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수리의 모습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열정으로 임하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겨지거나 타인에게 평가받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두렵고 불안하기 마련이다. 자그마한 실수에도 타인의 시선은 순식간에 온기를 잃으니까.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사랑받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완전하고 완벽하지 않은 삶에서 우리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될 수 없다. 불안과 두려움은 늘 곁에 있을 뿐이다. 타인에 의해 잠깐 몸을 숨길 수도 있는 존재들은 내가 나를 알기 전에는 사라질 수 없다. 우리는 나 자신을 돌봐야 '나'를 사랑할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문제는 등장인물 류 또한 겪고 있다. 류는 시한부 동생의 형으로만 살아온 인물로 나보다는 타인을 챙기기에 급급해 정작 본인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며, 자신에 대한 앎을 생각할 기회와 시간이 없었다. 류는 동생을 대신할 존재로만 존재하며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무엇으로만 살아왔다. 쫓겨난 영혼 상태의 류의 태평하고 무덤덤한 모습은 오히려 그가 그의 삶에서 잃어왔던 것을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가진 적이 없어서, 스스로의 삶에서 '가질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알지 못해서,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서. 그래서 류는 수리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한 사람이지만 그 돌봄이라는 행위 자체를 몰랐기에 행할 수 없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영혼이 있이 산다는 것은, 단순히 기억만을 가지고 사는 게 아니다. '뇌'가 숨기고 있는 사랑과 배려, 여유가 '나'를 향할 때 우리는 영혼 있이 사는 사람이 된다. 영혼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명확한 사실을 인식하고, 스스로 사랑을 행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나의 영혼과 나의 육신이 만나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있는 나의 상태가 되었을 때, 우리는 진짜 행복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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