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본도서협찬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경직된 사고로는 소외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웃'의 개념을 되살리고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
-줄거리
책 속 주인공 '오경직'은 직장에서도 은퇴하고, 두 자식도 독립시켜 떠나보낸 70대 노인이다. 그러던 중 뉴스에서 '극초저출생'이라는 키워드를 마주하고 나라의 소멸을 막기 위해 자신만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바로 젊은 부부에게 아이를 낳을 것을 설득하는 것. 하지만 젊은 세대도 아이를 낳지 않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지라 자신의 딸, 아들을 설득하는 것에 실패하고 이번엔 윗집 부부에게 다가서려 한다.
17p. "나는 검은색의 공감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는 궁금하지 않아. 내가 궁금한 건 검은색이 정말 노란색의 삶이 나아지길 바라고 있느냐야. 검은색은 자신의 삶만 나아지길 바라지 않을까? 아니면 자기 삶이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만 다른 색의 삶이 나아지길 바라지 않을까?"
'경직'은 개인도 국가를 위할 줄 알아야 한다며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세대들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번식'보다 '생존'이 우선인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위기보다는 개인의 생존이 더 우선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젊은층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낳으라는 '경직'의 주장은 '애국'이라는 개인적 소망을 대신 실현해달라는 요구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물며 반대는 어떠한가, 젊은 세대들도 노년세대가 출산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들의 시간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섞이지 않는 색처럼 각자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만을 고수하고, 자신의 영역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교류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트로트 덕질'을 매개로 대학생 친구를 사귀는 '경록'의 아내 '화정'이나 소멸해가는 도시로 이사 와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윗집 부부 '봄'과 '가을'이 그 예이다. 과연 이들은 타인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갈등을 넘어 연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저출생', '세대 갈등'과 같은 예민한 사회 문제를 화두로 던지면서도, 각 인물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입장을 균형 있게 담아낸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전작인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삶의 목소리를 독자가 차분히 듣게 만드는 것이 이 소설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만났던 고집스러운 어르신들과 비슷한 '경직'의 말을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진다. 나와 교류할 기회가 없어 이해할 수 없었던 윗세대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작가가 바라는 것도 이런 경험이 아닐까.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려는 마음 말이다. 이 소설은 그렇게 서로 다른 색들이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