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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얼마나 멀리서
  • 나의 낯선 동행자
  • 김진영
  • 13,500원 (10%750)
  • 2026-04-05
  • : 1,320

#나의낯선동행자#김진영

 퇴사 후 첫 해외여행을 떠나게 된 ‘혜성’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동행자를 구한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해야 할 동행자 ‘지효’가 도착하지 않고, 혼란에 빠진 ‘혜성’은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길우’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후 ‘혜성’과 ‘길우’는 동행자가 되어 스페인 여행을 함께한다. 여행지의 낭만도 잠깐, ‘혜성’은 ‘지효’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이고, ‘길우’는 ‘지효’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말 것을 강요하며 ‘혜성’과 ‘길우’는 충돌하기 시작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바르셀로나, 세비야, 그라나다, 마드리드까지, 관광지의 풍경에 대한 묘사가 사실적이여서 스페인의 모습이 눈에 선연했다. 게다가 낯선 곳에서의 설렘과 불안까지도 그대로 담긴 작품이라,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던 책이다. 또한 평소 스릴러 장르를 즐겨 읽던 독자라면 정말 만족할 것 같은 책! 이야기가 느슨해지는 부분 없이 읽는 내내 긴장감이 유지되어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후루룩 다 읽어낼 수 있었다.



여행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단순히 재미나 휴양을 위한 경우도 있지만, ‘길우’처럼 일상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떠나기도 하고, 자신의 시야를 확장시키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 '혜성'의 경우에는 나를 지켜내기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혜성'은 직장에서의 모욕을 견디지 못해 퇴사했고, 그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었으며, 연인과도 이별을 하게 되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일상 속에서 '혜성'의 자아는 한없이 위축되었을 것이다. ‘혜성'이 여행을 결정한 건 대표가 말처럼 자신은 '도망가는 사람'이 아니란 걸 증명해보이고 싶어서였다. 반대로 말하면, ‘혜성'은 무엇이든 부딪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여행을 통해 자신을 증명할 수 있길 원했다.



낯선 세상에 처음 부딪히는 ‘혜성’에게 ‘길우'는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조력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가 ‘혜성’이 부딪쳐야 할 가장 큰 장애물로 바뀌는 순간 소설은 로맨스에서 스릴러로 변화한다. (’길우’의 정체가 현실적이어서 더 공포스럽다…. ) ‘혜성’은 ‘길우’의 위협 속에 점점 더 위축되는 듯 보이나, 그와 안전하게 이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결국 자신을 다시 회복한다. 결국 ‘혜성’은 여행을 통해 다시 나를 지켜내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이 책의 띠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있다. ”이 여행의 진정 ‘낯선 동행자’는 ‘나’일까, ‘그’일까”

결국 이 책은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경험을 통과해 다시 나로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여행에서의 ‘나’는 일상에서의 ‘나’와는 다른 존재이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인간관계는 새로 구축되어야 하며,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들, 이곳의 ‘나’는 절대 보지 못하는 단서들이 쌓이며 나도 모르는 나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낯선 나’는 자유로움과 동시에 불안과 이질감을 동반한다. 여행의 끝에 ‘혜성’은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내가 온전한 나일 수 있는 공간으로, 일상으로 복귀하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나’라는 것이 내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집 같은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벗어나 다른 ‘나’를 만나고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것. 여행은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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