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을 만난다는 건 인생의 큰 안내자를 만나는 거와 같다. 인생 문장이란 말이 그래서 있는 것이다. 특히 지적인 거인들은 명문장을 만들어 내어 읽는 이들을 탄복하게 만든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세네카, 에픽테토스, 에머슨, 니체, 쇼펜하우어, 헤세, 정약용, 채근담 등등 수많은 이들은 마치 명문 제조기처럼 명언들을 쏟아 낸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터 프랭클은 니체의 말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를 붙들고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을 견뎌내었다. 에머슨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만난 문장이 있다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
이와 같이 명문장을 만날 때는 희열을 느끼며, 큰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라틴어 문장은 한 번씩 여러 책에서, 또는 TV를 통해 인용되기도 하는데 마침 『당신에게 라틴어 문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책이 출간되어 관심이 갔다. Carpe Diem카르페 디엠은 너무나 많이 알려진 문장이다. "오늘을 즐겨라"는 뜻이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하루를 따서 거두라"이다. 즉 매일매일 열매를 따서 거두듯 순간을 최대한 즐기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앞날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는 말이다. 금세 사라질 인생을 우리 모두가 살고 있으니 즐김을 미루지 말고 지금 누리는 것이 지혜롭다.
사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라틴어를 나도 모르게 쓰고 있고 알고 있다. 그 중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의 라틴어인 "Omnia viae quae ad Romam duxerunt"가 있다. 이게 라틴어에서 비롯되었는지 오늘 정확히 알게 되었다. 또한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인 "Dilige et fae quod vis."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 또한 라틴어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특히《quis custodiet ipsos custodes?》 즉 "감시인은 누가 감시할 것인가?"라는 라틴어 격언을 보면서 라틴어의 새로운 맛을 보게 된다. 이 격언은 사회 질서와 치안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들이 권력을 남용할 때 자주 인용되는 문장이다. 그런데 이 말의 탄생에는 의외의 진실이 있다. 바로 ‘불륜에 대한 문구’였다는 것이다. 고대 로마의 풍자 시인 유베날리스가 쓴 시에 나오는 구절로, 바람피우는 아내를 어떻게 바람 못 피우게 할지 고민하는 글에서 나왔다. 즉 아무리 지키는 사람을 세운들 아내는 그 사람마저 유혹할 것이라는 말이다. 불륜에 대한 문구가 새롭게 재밌게 들려진다.
그런데 이 말은 결국 사람이란 존재를 믿어서는 아니된다는 말로 들리게 된다. 어떤 사람을 믿었는데 결국 그 사람마저 엉뚱한 마음으로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윤리를 담은 종교나 민간 신앙 같은 게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아들이 어릴 때 "나쁜 짓을 하면 바다 괴물이 나타나서 바다로 끌고 간다"라고 말했는데, 이 얘기를 들은 아들은 문밖에 괴물이 나타날까 봐 겁이 나서 매일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처럼 하늘이 지켜보고 있다는 말이 있듯이 하늘이야말로 인간의 마음을 지키는 진정한 감시자가 아닐까?
그런면에서 성경을 보면 이런 명문장이 나온다. 구약성경인 전도서 12:14절을 보면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악 간에 심판하시리라"고 말씀한다. 그리고 신약성경인 히브리서 9:27절을 보면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라는 말씀이 있다. 이 또한 어떤 이에게는 두려움과 함께 삶을 감시하는 자가 존재함을 가르쳐 준다.
이어서 또 하나의 멋진 문장을 만났다. 로마 공화정 시대에 활동한 극작가 플라우투스는 "우리 인간은 가지고 있던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서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tum denique homines nostra intellegimus bona, quom quae in potestate habuimus ea amismus》
정치와 관련하여 말해보면, 새로운 통치자로 바뀌고 나면 전임자가 얼마나 관대했는지 알게 된다는 뜻이다. 또한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 인간은 모두 후회를 한다. 좀 더 찾아뵙고 효도할걸 하면서 말이다. 학창 시절에 좀 더 열심히 공부해둘 걸 하는 그런 후회 또한 누구나 가진다. 인간은 잃음을 통해 깨달음의 확장을 이룬다. 그래서 잃음은 결핍이 아니라, 더 깊은 내가 되는 통로인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일이나 정체성을 잃을 때, 비로소 자기 자신과 마주하며 본질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래서 《multa docet Fames》라는 명문장이 만들어졌다. 즉 "배고픔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
참으로 멋진 라틴어 문장을 만나서 마음껏 문장을 씹고, 음미하며, 머리에 그리며,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서양 문명의 깊은 뿌리가 된 역사적으로 위대한 철학자에게 영향을 준 무수한 라틴어 문장 65가지가 실려 있다. 과거에 쓰여진 라틴어 격언을 보면서 인간의 생각과 삶이 어느 시대든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생각과 고민으로 인생을 살고 있었다. 문명이 크게 발전했다지만 인생에 대한 삶의 아픔과 시련, 고난들은 인간 곁을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다. 이때에 이런 라틴어 문장 하나쯤 알고 가는 것은 삶에 큰 도움이 된다.
키케로가 말한 라틴어 문장으로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historia vitae magistra》 이 말은 "역사는 인생의 스승이다"는 뜻이다. 인간이 살아온 삶의 궤적들은 후대의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안겨준다. 그런데 말이다. 인간은 역사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올더스 헉슬리는 "인간이 역사를 통해 배운 바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역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이다."고 말했다. 헤겔 역시 "경험과 역사가 가르치는 것은 국민과 정부는 역사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않았거나, 역사에서 끌어낸 원칙에 따라 결코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는 말을 했다. 인간의 무지함이기보다는 인간이란 존재가 원래 그러한 것에 쉽게 동요되는 존재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이 책의 나오는 오래된 문장은 어떤 이에게 통찰력과 위안을 충분하게 안겨준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