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백가의 철학은 춘추전국 시대라는 극도의 혼란기 속에서 탄생한 사상들의 집합이다. 이 책은 공자 · 맹자 · 순자 · 묵자 · 노자 · 장자 · 한비자 등 제자백가 핵심 사상가 7인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익히 우리가 일상 속에서 들어본 인물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얻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제자백가의 사상을 통해 일상적인 경험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철학적 통찰을 발견하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당장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방법론이나 처세술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대신,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진리를 통해 삶의 방향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다양한 문제를 여러 사상가의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하여 균형 잡힌 사고를 키우고 인생을 꿰뚫는 통찰력을 길러주고 있다.
삶은 다채로운 것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그래서 잘 가는가 싶은데 아프고, 괴롭다. 내가 잘 살아도 다른 이들이 우리 인생 주위에서 어렵게 한다. 누가 인생살이를 쉽다고 하는가? 아마도 그는 인생을 모르고 살아가는 철부지나 온실 속의 화초일 것이다. 또한 잠시 잠깐 행복한 세상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삶은 갑자기 인생의 고비를 안겨준다. 이때에 넉다운 되지 않으려면 이러한 삶의 철학을 읽고 내면을 단단하게 해야 할 것이다. 제자백가서는 고전이다. 현대인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가르침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말라.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이유는 다름 아닌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읽다가 수긍을 넘어 무릎을 치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인생을 알 나이에 이 책은 깊은 사고를 하게 하고 큰 깨달음을 준다. 따라서 사람의 생사 문제에서부터 사람과 자연의 관계, 사람의 도리, 정치, 사람 간의 사랑, 백성이 먹고사는 문제, 배움과 수양의 문제, 운명론 등이 망라되어 있는 가르침을 통해 삶의 진수를 배워보자. 이천오백 년이 지난 오늘에도 제자백가의 철학은 우리에게 분명한 삶의 지혜와 통찰을 제공해 줄 것이다.
일단 첫 장을 열면 너무나 익숙한 인물인 공자의 가르침이 나온다. 유가학파의 개조(開祖)로서 춘추시대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이며 교육자이다. 그를 통해서는 공자의 천인관계, 학문의 자세, 사명과 운명, 살신성인, 제사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읽는 부분마다 너무 좋은 가르침이 많아서 무엇을 적어야 하고, 인용해야 될지를 모르겠다. 일단 《논어》 부분을 보니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다룬다.
"내가 들은 바로는 죽고 사는 것은 명에 달려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공자가 말한 것이었다. 명심보감에도 보면 '큰 부자는 하늘이 내고, 작은 부자는 근면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에게는 사람의 노력이 개입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운명이 있음을 그대로 받아들여 본다. 공자는 제자인 백우가 중한 병에 걸린 모습을 보면서, 또한 아끼는 제자 안회가 단명했을 때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구나!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구나!"하며 크게 울며 더욱 '명'에 대해서 받아들였다. 특히 안회가 죽고 일년 뒤에 제자 자로가 죽게 되는데 이때 공자는 "아! 하늘이 나를 끊으려 하는구나!"라며 애통해 했다. 즉 공자는 사람의 수명을 하늘의 소관으로 보았다.
공자 위정편에 나오는 글이다. '나이 오십에 천명을 안다'는 지천명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흔히 나이 오십이 되면 하늘의 명령을 깨닫게 된다는 의미로 아는데 중국에서는 지천명이 다른 의미로 이해된다고 한다. 즉 "사람의 나이가 오십이 되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라는 것이다. 그렇다. 인생을 보면 아무리 원하고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인생사라는 것이 꼭 그렇게 된다고 하고 포기하기에는 운명이란 장난이 심한 경우가 있다고 본다. 그러니 최근에 본 강지영 아나운서의 "버티면 분명 기회가 올 거야."라는 말을 되새기며 열심히 가보자. 그러다가 막히면 그때 가서야 포기하는 것이고 말이다.
제사에 대한 공자의 생각을 보게 되었다. 이 부분은 현대인들에게 매우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어 더 이상 제사 문제로 집안 다툼에서 해방되길 바란다. 논어 '팔일'편에 보면 "예는 사치하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해야 하고, 상喪은 형식적으로 잘 다스려지기보다는 차라리 슬퍼해야 한다."
이 말은 효를 생각할 때 너무 제사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다. 공자는 효에 대해 "어김이 없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즉 예에 어김이 없으며,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 과장하지 말고 분수에 맞는 효를 하라는 것이다. 형편에 맞지 않는 무리한 봉양을 효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형식보다는 진심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한다. 따라서 상례의 본질은 부모를 잃은 자식의 애통함과 서글픔에 있다. 슬픔이 없는 형식적인 상례와 제례는 본질을 잃은 문화인 것이다. 그러므로 형식적이고 사치스러운 제례보다는 조상을 향한 그리움과 슬픈 마음을 바탕으로 한, 분수에 맞고 정성스런 제례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공자가 간과한 것이 있으니 진정 살아있을 때 잘하는 것이다. 죽어서 잘한들 조상들이 알아준다는 사상은 이제 변할 때가 된 것이다. 조상에게 잘해야 복 받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을 때 잘해야 복을 받는 것이다.
2장은 맹자에 대해서 나온다. 공자의 사상을 이어서 발전시킨 유학자이자 정치가이며, 이상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맹자를 통해서는 맹자의 왕도정치, 사생취의, 성선설, 수양론, 우환의식을 이야기한다.
3장은 순자에 관해서이다. 전국시대 후기의 유학자로서 공자의 사상을 계승했으며, 맹자보다 현실적인 사상가이다. 순자를 통해서는 성악설, 화성기위, 비판적 사고, 예론, 상례와 제례를 이야기 한다. 4장은 묵자에 관해서인데 하층계급의 입장을 대변한 사상가이자 실천가이다. 그를 통해서는 겸애교리, 명정론 비판, 삼표볍, 후장구상 비판, 묵가의 실천력을 이야기 한다. 5장은 노자에 관해서이다. 도가학파의 개조로서 춘추시대 초나라의 철학자이다. 노자를 통해서는 무위자연, 도와 덕, 유약과 견강, 섭생의 원칙, 양생법을 다룬다. 6장에서는 장자에 관해서인데 노자의 사상을 계승한 사상가로서 전국시대에 활동했다. 여기서는 가치판단, 무용지용, 상대주의, 기화 사상, 물화 사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마지막 7자은 한비자에 관해서인데 순자의 제자이며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사상가이다. 한비자에 대한 책을 따로 읽어본 적이 있는데 가히 뛰어난 철학자이다. 춘추전국 시대에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가장 주목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한비자》를 쓴 적국 '한비韓非'이다. 한비자의 저술을 읽고는 "이 사람을 한번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대단한 가르침과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이렇게 《논어》, 《장자》, 《도덕경》, 《한비자》와 같은 제자백가의 고전에는 당대의 혼란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치열하게 고민한 사상가들의 삶의 지혜와 교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은 분주한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감정에 휘말리며 살아간다. 그때 예상치 못한 혼돈과 위험이 닥칠 때, 무기력에 빠질 때 ‘내 삶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토록 애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들의 답을 우리는 찾아 나서야 한다. 그냥 이 하루를 넘기고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채 반복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때 인생 나침반이 필요한데 인생 선배들의 귀한 충고와 통찰이 담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특히 인류정신사의 혁명적 전환의 시기인 칼 야스퍼가 말한 '축의 시대'에 살았던 핵심 사상가들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이 시기는 인류 지성사에 획기적인 지적 유산이 발흥한 시기이다. 이 축의 시대는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인데, 이 시기를 위대한 시기라고 말하는 이유는 지구의 여러 곳에서 동시에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핵심적인 사상가들이 태어나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 인물들은 이 책에 나오는 인물이다. 그들의 삶과 가르침은 책상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닌 치열한 삶의 전투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충분히 현대인들에게도 공감가는 가르침이 수두룩 할 것이다. 고전을 통해 깊은 삶의 진수를 만나고자 한다면 단연 이 책을 손에 들고 읽으면 된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