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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 신박한 정리
  • 박영규
  • 24,120원 (10%1,340)
  • 2024-08-30
  • : 485

이 책의 저자는 역사 대중화 열풍을 불러일으킨 역사 저술가이자 밀리언셀러 실록 작가이다. 그는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출간한 이후 고대사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20여 년간 아홉 권의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를 펴내 누적 판매 300만 부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한 신박한 작가이다. 책 제목에서 독자는 물만난 고기처럼 그동안 고대했던 책이 등장했구나 하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누군가가 쉽게, 명료하게 한국사를 정리해 줄 분이 나타나리라 생각했다.

어쩌면 게으른 역사적 호기심자들에게 박영규 저자는 큰 선물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이면서 한국사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딱히 관심도 가지 않기도 하고, 필요한 대로 역사를 이해하며 습득하였다. 무엇보다 기존 학교의 역사책은 방대한 역사를 간략하게 압축하다 보니 사건 위주로만 구성되어 감흥 없이 읽게 된다. 한 마디로 역사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저자의 『한국사』 책은 읽으면서 그 흐름이 보였고, 공감적 역사가 나열 되었고, 일목요연하게 집필되었다. 교과서라고 할 때 이젠 이러한 교과서를 바탕으로 역사를 이해한다면 역사 의식과 함께 한국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 가고 있는 지를 이해하는 역사관이 생기리라 본다.

본 책은 고조선부터 대한민국까지, 단군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약 5,000년 우리 역사를 《신박하게 한 권으로 압축하여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역사에 관해서 30년간 다져온 내공으로 한국사의 핵심만 명쾌하게 담아 이 책을 완성하였다. 그러니 평소 역사 공부에 소홀히 한 분들에게 한국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히 왕조마다 왕위 계승도를 삽입함으로 시대의 흐름을 연결해주며, 간략한 사건과 몇몇 주요 인물에만 집중한 역사를 다양한 면에서 즉 입체적으로 살피도록 도와주고 있다. 정말 읽기만 해도 저절로 내 것이 되는 한국사 수업이다.

저자는 역사를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으로 ‘상식을 깨야 역사를 올바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삼국유사》 《제왕운기》 등 한국 사서는 물론이고 《사기》 《한서》 등 중국 사서까지 수많은 사료를 섭렵해 지금까지 배운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깊이 있게 분석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새로운 사실들을 발굴하여 기존 역사 상식을 되짚어주는 재미를 선사한다. 사람은 새로운 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있어 신선하고도 새로운 통찰에 대한 기대를 걸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신선한 발견을 보여주며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특히 『들어가며』 부분 안에서 당쟁에 대해 다루는 글을 보면서 상당히 호기심을 자극했다.

즉 조선은 정말 당쟁 때문에 망했을까?

요즘 현시대 정치를 보면 여야가 국민을 위해서 일하기 위해서 뽑혔는지 아니면 자기 당은 물론 당대표를 지키기 위해서 국회의원이 되었는지 헷갈린다. 그만큼 지금 정치인들의 형태는 꼴보기 싫은 정치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歲費)가 그렇게 아깝다. 자료를 살펴보니 올해 1억5천700만원으로 책정돼 지난해보다 1.7% 인상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생 법안의 통과는 차일피일 미루면서도 급여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모습에 국회 개혁을 위해서라도 세비 삭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국회의원 세비를 국민 중위소득 정도로 낮추자는 제안을 하기도 하였는데 국민둘이 이 부분에 민감하여 세비를 낮추며 진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일꾼을 세우면 좋겠다. 무엇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세우고, 그들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세비를 주어 국고를 낭비하는가? 특권에 쩔어 있는 자들이며, 국민을 위한 것에는 이용할 줄만 알지 실제 체감적으로 와닿는 정치인이 사라졌다. 말도 안 되는 억지 싸움에 화가나고, 비상식적인 언어들과 지저분한 행동을 보면 그들에게 우리가 왜 미래를 맡겨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정말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

그런 가운데 당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되었다. 많은 우리 국민이 당쟁이 조선을 망하게 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개 당쟁은 선조 이후 붕당정치 시기부터 나타났다고 여긴다. 하지만 당쟁은 조선 초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당쟁에 대한 자료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살펴보자. 조선초엔 훈척 세력이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 훈척 세력이란 공훈 세력과 왕실의 인척 세략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건국이나 반정에 공을 세운 이들을 공훈 세력, 왕실과 친인척 관계를 형성한 이들을 인척 세력이라고 한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부르는 이유는 인척 세력의 대다수가 공훈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훈척 세력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 세력을 키운 왕은 세종이다. 세종은 집현전을 세워 신진 세력을 형성하고 그들이 훈척 세력에 대항하도록 했다. 이것이 조선 최초의 당쟁이다. 비록 어떤 당파를 형성하지만 않았지마 양대 세력이 서로를 견제하며 나아갔다. 그렇다면 세종은 왜 집현전 신진 세력을 키웠을까? 왕은 신하들이 양립하여 대립할 때 그 힘을 강하할 수 있다. 신하들의 권력을 조절함으로써 왕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종이 키운 양대 세력의 균형은 세조 이후 깨진다. 세조의 반정을 도운 훈척 세력이 다시 권력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세조는 반정을 도모한 측극들만 신뢰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훈척 세력의 힘을 강화시키고 왕권은 약화시켰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가 바로 성종의 사림士林(조선 중기에 사회와 정치를 주도한 세력을 가리키는 말) 중용 정책이었다. 사림을 끌어들여 훈척 세력과 대립하게 한 성종은 이를 통해 양 세력의 팽팽한 균형을 꾀하고 자연스럽게 왕권을 확립하게 된다. 하지만 연산군의 폭정과 중종의 반정으로 다시 한번 권력은 훈척이 독점했고, 이로 인한 4대 사화를 겪은 후에야 비로소 사림이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사림의 권력 독점은 훈척의 권력 독점과 마찬가지로 왕권을 약화시켰다. 선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붕당정치를 합법화하고 동인과 서인이라는 양대 붕당을 중심으로 정치를 이끌어가면서 왕권을 세웠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죽고 죽이는 당쟁을 치열하게 전개해 나갔는데, 그것이 치열할수록 나라는 되레 평온한 것이다. 즉 격렬한 당쟁으로 정치인들은 희생되었지만 그 희생 덕분에 백성들은 평온한 시대를 누릴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조선시대에 당쟁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는 숙종, 영조, 정조 때였다. 이 시기엔 치열한 당쟁으로 수많은 정치인이 죽거나 유배되었지만, 나라는 태평했다고 한다. 그러나 순조 이후 외척 독재가 이뤄지자 국가 기강이 무너지고 백성은 고통받았다. 조선사는 이렇듯 치열한 당쟁 속에서 권력이 균형을 이룰 때 태평성대를 누렸고, 외척 등 일부 세력이 권력을 독점할 때 혼란을 겪었다. 즉, 당쟁이 나라를 망치는 것이 아니라 독재가 나라를 망친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 민주 세력과 수구 세력의 팽팽한 대립 속에 여야는 연일 대립 관계 구도로 나아가는 것을 보며 우리는 '저 인간들 만날 싸우기만 하고 일은 언제하나?'하고 욕을 하는데 그런데 저자 말로는 "정치인은 국민을 대신하여 싸우는 사람들이며 그것이 대의정치라 한다. 즉 그들이 싸우지 않으면 국민이 직접 싸우게 되며, 그들이 싸우는 덕에 국민이 직접 싸우는 일을 피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한국의 정당들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그 대립의 강도가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세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되었다는 의미라 보면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정당의 힘이 균형을 이루어야 그들을 심판하는 국민의 힘이 강화되고, 국민의 힘이 강화되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향해 싸운다고 비난하지 말고 되레 싸우지 않는 정치인들을 비난해야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런 역사적 사고를 이 책을 통해 일단 먼저 배우게 된다. 그래... 이런식으로 보니까 역사 공부는 새로운 재미와 이해를 준다. 또 다시 눈에 들어온 대목은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넘길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태종은 1418년 5월에 장남인 세자 양념을 폐위하고 삼남 충년을 세자로 삼은 뒤, 불과 2개월 뒤 전격적으로 용상에서 물러났다. 왕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왕위를 내놓는 것은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왕위를 물려주게 되면 조정朝廷의 안정도 나라도 불안하다. 그런데 왜 태종은 세종에게 왕위를 일찍 물려주었나이다. 그건 바로 태종이 가지고 있던 종기라는 병 때문이다. 1418년 7월 당시, 태종은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종기라는 병은 지금과는 다르게 다루기 힘든 악병 중 하나다. 종기 때문에 병상에 누워 제대로 정사를 돌보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만큼 심각한 병이다. 그런데 왕위를 넘긴 지 겨우 9개월 때에 목위에 난 그 종기가 목욕을 하면서 중풍으로 이어졌다. 중풍은 지금도 사람 구실을 못하게 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결국 그 중풍으로 제대로 거동하지 못했고, 더 악하되어서 1422년에 그는 영영히 잠들고 말았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명언과 같은 말이 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은 것을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은 것이다’

태종 이방원이라는 드라마가 2021년도에 방영되었다. 재미있게 본 드라마다. 그가 왕이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죽이며 숙청했다. 그러나 그의 평가는 500년 조선조 국가 운영의 밑그림을 완성한 군왕으로 위대한 성군처럼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런 거국적 왕이 종기라는 병 하나로 인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우리의 삶과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이렇게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역사 상식뿐만 아니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사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물의 생애와 업적 또한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대한민국이 세워지고 민주주의가 세워지는 그 역사적 과정 또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말 읽기만 해도 한국사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니 망설일 필요가 없이 역사적 이해가 적고, 나같이 게으른 한국인들은 이 책 한 권을 통해 한국에 관한 모든 역사를 살피는 계기를 맞게 될 거라고 본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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