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게놈과 바이오 혁명의 시대,
생명 과학의 핵심을 꿰뚫는 17가지 질문들!
『17가지 질문으로 푸는 생명 과학 입문서』
지금 시대는 인간이 건강을 결정하는 시대이다. 즉 기술이 질병을 통제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세상엔 수만가지 치료법과 신약이 떠도는데 이것은 결국 인간이 생명이라는 신비를 정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인류의 문제는 무언가를 지속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루어 놓은 것을 누리지 못하고 후대의 세계에 물려주는 것인데 그러나 지금 세대는 그런 물려줌조차 허비라 생각하고, 생명의 영원성을 꿈꾸며 인류 안에서 지금 영원히 살고자 한다. 2011년 2월에 시사 주간지인 타임지에 놀라운 기사 제목이 떴다. "2045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게 되는 해" 즉 현재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의 한계인 노화와 죽음을 과학 기술로 극복한 죽지 않는 로봇과 인간의 복합 형태인 호모 에볼루티스(Homo Evolutis)라는 새로운 인류가 탄생할 거라는 예측이다. 정말??
정말?? 이러한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일어나지만 그러나 생명 과학에 대한 연구나 발전은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10년간 생명 과학 분야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생명 과학이 아주 빠른 속도로 정보 과학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다양한 인간 지도책 프로젝트를 통해 현실화 되고 있다. 즉 이는 생명체로서 인간을 구성하는 세포나 단백질 등 인간의 생물학적 구성 성분 모두에 대한 지도책과 인간의 다양한 암세포 전체에 대한 지도책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 2003년 4월 28일 과학계는 물론 인류 역사상 가장 놀라운 발표가 전 세계에 전해졌지 않은가. 그건 바로 인간게놈지도 완성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생명체의 기본 단위이자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의 구조만 알려져 있을 뿐 실제로 세포 내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떠한 모습인지 알지 못했다. 또한 한 가닥 실타래 같이 생긴 DNA 위에 쓰여 있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네 가지 염기로 구성된 암호문을 해독할 방법조차 없었다. 그러던 차에 당시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영국의 생거연구소, 그리고 프랑스의 파스퇴르 연구소 등 세 곳의 연구팀이 공동으로 주도한 휴먼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 HGP)가 결실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생명 너머의 영원성을 꿈꾸는 시대가 되었고, 자신감에 차있다. 이미 2012년에 미국의 라이프 테크놀로지(Life Science Technology) 연구 기관에서는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유전 정보인 DNA룰 매우 빨리 읽어 낼 수 있는 염기 서열 해독기를 출시했다. 작은 복사기 크기의 이 기기를 이용해 인간의 전체 유전 정보 DNA인 유전체 30억 염기쌍의 서열을 단돈 1,000달러로 하루에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최근에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수십 조의 세포 중 단 하나의 세포마다 각각 다르게 발현하는 모든 mRNA의 염기 서열과 발현 정도를 정량적으로 알려주는 것에 대해서도 100달러면 읽을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전체 유전 정보와 그 발현 정도를 읽어 내 그 정보에 따라 특정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의료의 시대를 살고 있고, 더 가속화 중이다. 그러니 병에 걸리더라도 마치 마트에 가서 원하는 품목을 사듯이 내가 필요한 장기나, 질병을 원 시스템으로 해결함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아직은 꿈이지만, 생명 과학 연구는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사실 '포스트 게놈이니 바이오 혁명'이니 하는 용어는 익숙지 않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쉽게 말하면 과학 기술의 발달로 우리 인류가 넘볼 수 없었던 생명이란 존재에게 인간이 과학을 불어 넣어 신의 영역에 이르는 길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즉 인류 문명이 생명의 정보를 읽어 내는 게놈 시대를 넘어 생명체를 편집하고 재창조하는 포스트 게놈 시대로 이미 넘어왔고, 복제를 넘어 맞춤 아기, 장기 이식 등 많은 생명 과학 기술이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한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때에 중요한 것은 생명에 대한 윤리적, 철학적 질문을 통해 우리가 하고 있는 생명 과학에 대한 시선이다. 즉 이 책은 현대 생물학의 최전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 생명에 대한 근본을 되돌아본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생명체는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생명체의 교정과 편집에 경계가 있는가? 생명은 어떻게 나와 타자를 정의하는가?” 등등 생명에 대한 기초적인 것에서부터, 윤리적, 철학적 질문까지 17가지의 질문을 통해 생명에 대한 진정한 본질을 보자는 것이다.
그렇다. 과연 인간이 원하는 죽음을 정복한 생명에 이르게 되면 그것으로 문제가 없는 것인가? 내 맘대로 맞춤 아기를 만들어 나가면서 혹시나 모든 제품에는 불량품이 나오듯 그때 문제가 생긴 아이를 물건처럼 여겨 폐기처분처럼 자녀를 생각해 버린다면 그 문제는 과연 옳은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윤리적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당연히 그런식의 사고라면 절대악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금지된 과학으로 법률화 하겠지만 시대가 흐른뒤에 안락사처럼 죽음을 개인적 취향이며 권리로 여기듯, 내가 원하는 아이가 만들어지지 않아 나는 버리겠다고 한다면 그 아이를 누가 키울 것이며, 공장처럼 만들어진 아이이기에 누군가 폐기한들 과연 정죄를 할 수 있는가 이다. 이런 문제만 아니라 인간이 지금 생명 과학으로 얻어내는 이득 가운데 많은 단점이나 오점들이 생길 것인데 그런 문제를 단순하게 처리해 버린다면 생명이란 존엄성이 과연 인간에게 부여가 될 것인지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므로 저자가 말하듯 마지막 17장 부분에서 "생명 과학은 어떤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가?"에 대한 심도있는 질문과 해답이 필요하다. 사실 생명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이용되는 것에 모든 사람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예방과 치료가 꼭 필요한 질병이고 어디부터가 단순히 생명체의 능력을 증가시키는 강화인지 그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생명 과학에 대한 진보나 발전은, 또한 공부는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하며, 무엇이 생명체로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의 질문이다. 병에 걸리지 않고 무병장수하며 모두 아름다운 외모를 갖는다면 우리는 더 인간답게 되는가? 인간은 결국 결핍된 불완전한 존재기에 인간이 아닌가? 가슴 아프지만 어떤 형태로든 생래적으로 부가되는 결핍을 극복하고자 애쓰는 과정에 진정한 인간다움이 존재하지 않는가이다. 그리고 인간을 생로병사를 갖는 하나의 생물 종으로서 받아들이고 생태계에서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공유할 수 있음이 인간다움이 아닐까 하는 저자의 결론적 희망이 우리를 다시 생명 과학에 대한 시선을 다시금 멈추게 한다. 따라서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욕망과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제어할 수 없이 움직여 나갈 때 우리 인간이 물어야 되고, 고민해봐야 하는 사회적 논의가 요구가 된다.
이 책은 현재 생명 과학 지식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귀한 책이면서 생명 윤리에 대한 질문을 환기해 주는 철학적인 책으로 쓰여졌다. 책의 마지막은 마하트마 간디가 남긴 「일곱 가지 두려운 죄」 중 하나인 "인간애가 없는 과학"이 생명 과학에서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책을 마친다. 좋은 얘기며, 새겨야 할 글이라 생각하여 독자 또한 적어 본다.
노동이 없는 부
양심의 가책이 없는 쾌락
인간애가 없는 과학
성격이 없는 지식
원칙이 없는 정치
도덕성이 없는 상거래
희생이 없는 예배
『송기원의 생명 공부』를 통해 생명과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인간다움을 가진 과학이 무엇이어야 하는 지에 대해 다시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