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동양의 심오한 철학 사상을 이해하기 쉬운 다양한 예화를 통해 풀이하여 보여주는 교양서다. 동양 철학은 서양 철학과 다르게 한국인의 정서에 더 맞는 철학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서양 철학은 두뇌로부터 나온 반면에 동양철학은 가슴과 경험으로 부터 나온 책이라 생각된다. 물론 그 비중은 철학자에 따라 다르지만 말이다. 일단 손에 든 책은 제목에서부터 부담 없이 집어 들고 읽어도 되는 책이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그리고 첫 쳅터를 읽어가자 역시나 술술 읽히는 책이다. 무엇보나 이 책이 좋은 것이 쉽게 읽히면서 내면의 성찰을 줄 뿐 아니라 현대 사회 문제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철학적이라는 것이 꼭 두뇌에 지진을 일으킬 정도로 난해할 필요가 없다. 진리는 단순하며 깊다. GE의 전 CEO 잭 웰치가 말하길 “자신 있는 사람만이 심플해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진리는 듣는 즉시 이해되고, 또한 심오해야 한다.
이와 같이 『카페에서 만난 동양철학』은 이해하기 쉬운 동양철학에 관한 편안한 글들이 나열되어 있어 실제 제목 그대로 시끄러운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읽어도 무난하게 읽힌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무난하다고 해서 결코 가볍지 않다. 깊은 철학적 얘기들이 이 책을 장식하고 있다.
본 도서는 동양철학을 심도있게 다루고자 '고대', 중세' 그리고 '근세에 이르는 내용을 정리하여 알려준다. 어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유가의 가르침, 평화와 평등을 사랑한 묵가의 이야기, 자연으로 회귀를 주장하는 도가, 중국을 통일한 사상인 법가 등 다양한 동양철학의 고대 사상을 담았다. 또 중세의 철학적 사상으로 옛것을 복원하라는 훈고학, 노장사상과 결합한 불교, 다양한 사상의 집합체인 도교, 유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하는 성리학 등 현대적 철학의 기반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근세의 주요 철학인 고증학, 공양학, 철학에 대한 흥미로운 풀이와 설명을 이어가며 책 읽는 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책을 만든 의도답게 카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듯 부담 없이 읽도록 한 저자의 접근법이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분명 통(通)하리라 생각된다.
첫 번째 1강은 리더의 자질과 바탕이 되는 '효(孝)'와 '윤리' 중심으로 책을 이어간다. P. 9에 나오는 얘기다.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공자가 제자인 자하와 더불어 시경의 한 편을 논하던 중에 한 말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바탕이 있고 난 뒤에야 가능하다는 뜻으로 〈논어〉 ‘팔일’ 편에 나온다. 본래 ‘소(素)’란 바탕을 말하는 것이고, 그 바탕이란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순수한 본래이다. 그림은 비단에 그리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그 바탕이 되는 캔버스가 있어야 하고 그 캔버스는 흰색이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비로소 그 바탕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란 바탕이 있고 나서야 가능하다는 것을 비유한 대목이다. 이에 자하는 외형으로서의 예는 그 본질인 인(仁)한 마음이 있고 난 뒤에라야 비로소 가치가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마찬가지로 어버이는 모든 생명의 근본이니 몸과 마음을 닦고 바로 세우는 ‘수신’의 첫걸음은 ‘효’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지도자의 정신적 자질을 결정하는 요체 중의 요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효의 처음과 끝은 무엇인가? 우리가 많이 들어왔던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말처럼 부모에게서 받은 신체를 잘 관리하며 지키는 것도 중요한 효임을 말해준다. 나도 부모에게 자식이고, 자식을 둔 입장에서 자식이 아프거나 다치는 것만큼 마음이 아픈 것이 없다.
두번째 2강은 세상을 대하는 리더의 자세를 다루는데 노력과 발전이라는 두 쳅터로 나눠 글을 이어 간다. 사람에게 있어 노력 없이 되는 것이 없건만 노력을 등외시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이태백에 관한 일화가 나온다. 이태백은 산에서 10년 동안 공부를 하고 내려오게 되었다. “이 정도면 내 공부도 어지간히 되었겠지.” 하며, 원래 술을 좋아하는 태백은 주막집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평상에 앉아 술을 한 사발 마시는데 옆에서 어떤 할머니가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무언가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상황이 너무 궁금한 이태백은 그 일이 무언가 살펴보는 중에 놀랐다. 할머니가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서 쇠로 만든 절굿공이(도끼라고도 함: 마부위침(磨斧爲針)를 숫돌에 가는 것이 아닌가?
“할머니 지금 무얼 하고 계십니까?”
“절굿공이를 갈아 바늘을 만들려고 하네.”
“아니 쇠로 만든 절굿공이가 어떻게 바늘이 된단 말입니까?”
“언젠가는 바늘이 될 날이 있겠지.”
이 소리를 들은 이태백은 강하게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래서 10년으로는 공부가 부족하다고 여기고 내려오던 산길을 다시 올라가 마침내 학문을 완성했다고 한다. 〈당서(唐書)〉에 전하는 얘기다.
또 하나의 문장이 마음에 새겨진다. P. 9에 나오는 문장이다.
貞士無心徼福(정사무심요복) : 곧은 선비는 복을 구하는 마음이 없는지라
天卽就無心處牖其衷(천즉취무심처유기충) : 하늘은 곧 마음 없는 곳을 찾아가 복의 문을 열어주고,
憸人著意避禍(섬인저의피화) : 간사한 사람은 재앙을 피하려고 애쓰는지라
天卽就著意中奪其魄(천즉취저의중탈기백) : 하늘은 곧 그 애쓰는 속으로 뛰어들어 그의 넋을 빼앗는다.
可見天之機權最神(가견천지기권최신) : 이 하늘의 권능이 얼마나 신묘한가.
人之智巧何益(인지지교하익) : 인간의 잔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말은 하늘의 도움을 바라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성심을 다하다 보면 저절로 하늘이 도울 거라는 것이다. 이 문장은 채근담에서 뽑은 글이다. 흔히 알고 있듯 지성이면 감천이니 진인사대천명하고 경천승복하라는 말이다. 서양만 아니라 동양 또한 하늘을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기며, 하늘을 벗삼아 자신을 돌아보았다.
3강은 수련과 성찰을 통한 자기 계발에 관한 쳅터로서 인재와 둔재, 학문과 독서, 성찰에 대해 다룬다. 학문과 독서라는 부분의 첫 장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군자지학 비위통야
君子之學 非爲通也
위궁이불곤 우이의불쇠야
爲窮而不困 憂而意不衰也
지화복종시이심불혹야
知禍福終始而心不惑也
이 뜻은 "군자가 학문을 하는 목적은 영화를 누리며 살기 위해서가 아니고, 어려운 처지에서도 곤혹스러워하지 않고 우환을 겪으면서도 의지가 꺾이지 않으매 화와 복의 시작과 끝을 알아 마음이 미혹되지 않기 위해서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인들의 학문과 독서는 과연 무엇을 위함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로지 경쟁에서 승리하여 남보다 더 높은 위치에 앉아 성공을 하며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공자는 논어에서 말하기를 "예전의 학자는 자기를 위하여 학문을 하더니 요즘의 학자는 남을 위해서 학문을 하는구나"하며 질책했다.
한 번은 퇴계 이황이 공부에 대하여 논한 글을 보고 무릎을 친 일이 있다. 그 전문을 실어보면...
공부란 그저 천자문을 줄줄 외우고, 적절한 때에 논어, 맹자를 인용해 잘났음을 과시하거나, 과거에 급제해 평생을 고생 없이 사는, 그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삶의 이치를 깨닫고 그 깨달음대로 평생을 살아나가는 지난한 과정이라는 사실, 그것이 바로 선생이 태극도설을 통해 배순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었다. (p. 44~45)
"아침저녁으로 책읽기에 몰두하고, 경전을 제대로 해석해낸다 해서 과연 공부를 잘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네. 공부를 하고도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른다면 그건 공부를 제대로 한 것이 아니네.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도 세워주고, 자기가 알고 싶으면 남도 깨우쳐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인의 마음, 사랑의 마음, 공부한 자의 마음일세. (p.142)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이런 동양인의 철학과 문장을 보면 심오한 삶의 진리를 너무나 명쾌하면서도 쉽게, 진리의 관점에서 말해준다. 어찌 서양에서 활개를 펼쳤던 신(GOD)이 서양 역사에서만 있었다고 말할 수 있나? 동양의 철학자들에게도 신(GOD)은 영감을 주고, 삶의 진수를 맛보게 하였다.
읽기 편하고, 깊이가 있고, 스토리가 재밌고, 지루하지 않도록 해주는 이 책은 젊은이들에게나 일반인들에게 모두 삶에 대한 통찰과 분별력과 지혜를 주고 있다. 동양 고전에서 뽑아낸 만고불변 선각의 가르침이 이 책 안에 있으니 여름 휴가에 함께 동행 해보면 어떨까? 마음 근육이 벌써 헬창들 못지 않게 든든해 지는 느낌이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