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욕(正欲)》
바른 욕망
⭐⭐⭐⭐⭐
제34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
2024년 영화 <정욕> 국내 개봉 확정
<다빈치> 플래티넘 도서 OF THE YEAR 2021
<다빈치> BOOK OF THE YEAR 2023 문고 1위
일본 최대 서점 기노쿠니야 선정 2022년 베스트셀러 2위
⭐⭐⭐⭐⭐
이 책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어쩌면 화려한 광고성 짙은 손짓에 대한 나의 바른 욕망이 분출되어 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욕》은 제34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2022년 서점 대상 4위 등 비평적 찬사는 물론, 2021년부터 현재까지 각종 도서 랭킹 상위에 오른 책이며, 일본 문학계 최고의 화제작으로 자리 잡았으면서 영화까지 만들어졌다고 하니 손에 잡고 싶은 책으로 다가 왔다.
‘바른 욕망’이란 뜻의 ‘正欲’이라는 책은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건드려 주는 책이다. 다양성이란 말은 현대 시대에 와서 거슬림 없이 들리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 다양성을 어느 범위까지 봐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묻는다.
아름다운 말을 좋아한다.
그중 하나가 '다양성'이었다.
모든 다양성을 긍정하고 싶었고,
모든 다양성을 긍정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찬물을 끼얹었다.
"이 소설이 찬물을 끼얹었다"는 이 말은 소설을 읽는 이에게 문장 그대로 다가오는 말이다. 이토 시타카키(교수, 문예 평론가)가 추천서에서 말하듯 “이 책을 읽으면 이데올로기적 신념의 차원이 아니라 욕망의 차원에서 나의 ‘옳음’이 흔들린다.”는 말이 그대로 이해되어진다. 출판사에서도 굳이 카프카가 말했던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와 같다는 문구를 가져온 이유가 이해되어 진다.
독자인 나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히로키'라는 인물에 주목하며 보았다. 히로키라는 인물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타인이나 사회와의 연결'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 검사이다. 그는 등교를 거부하는 아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것을 염려하는 검사이다. 그가 사건을 맡으면서 봐온 범죄자들이 죄다 아들과 같은 사고(思考)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기에 아들의 행동에 대해 불편함을 계속 내비쳤다. 영화 감독인 니시카와 미와가 말하듯 "나는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비난받는 ‘올바른 쪽’에 고정되어 있었다"는 말처럼 히로키의 아들이 행동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불편스로움은 견딜 수 없다. 그 이유는 그런 검사 히로키가 던진 말들이 맞다고 자꾸 수긍되어지기 때문이다.
결석 초기, 다이키(히로키 아들)는 학교에 가지 않는 데 죄책감을 안고 있었다. 딱 보기에도 의기소침해 있는 아들에게 시끄럽게 잔소리하기는 꺼려졌다. 하지만 히로키는 다양한 범죄 가해자를 봐 온 경험을 통해 사회의 평범한 길에서 벗어난 인간의 무시무시한 추락을 알고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히로키는 이제까지의 검사 인생을 통해 인간에게는 당연히 걸어야 할 평범한 길이 있다고 배웠다. 기본적인 요소를 말하자면 배가 고프면 먹는다, 피곤하면 쉰다, 밤에는 잔다, 추우면 따뜻한 곳으로 간다, 그런 수준의 일들이다. 하지만 이 길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의외로 많고 그 사람들과 범죄와의 거리는 아주 가까워진다.
굳이 더 말하자면 가족에게 사랑받고 자라고 좋은 친구와 연인을 만나고 학교를 졸업해 사회인이 되어 자신의 생활 기반을 쌓는 길 안쪽에 사는 한 사람은 범죄에 손댈 확률이 극히 낮아진다. p.26
세상을 살아갈 때에 획일적인 생각과 획일적인 방식의 삶은 어떤이게는 고통이다. 독자 또한 넥타이를 매고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며 사는 사람을 저주받는 존재로 보았다. 삶은 모험으로 가득차야 하고, 세상을 이상적으로 살면서, 그 이상을 펼치며 자유롭게 삶의 나래를 펼치는 삶만이 인생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현실을 탈피하여 모험가가 되고 싶었다. 또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경험하면서 헤르만 헤세와 같은 인생을 꿈꾸기도 하였다. 또는 월든에 나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자연경관이 뛰어난 알래스카 숲에 조용히 묻히며 사는 인생을 꿈꾸었다.
(히로키의 아들이 학교를 가지 않는 이유는 이러하다)"앞으로는 개인의 시대, 학교에서의 배움은 이제 의미가 없어! 사회는 변했어! 그걸 깨닫지 못한 어른이 많을 뿐! 나도 학교에 가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라는 호소는 어쩌면 누구나 하지 않는가? 그런 꿈을 꾸고 그냥 묻어두는 사람이 있고, 그 꿈을 실행하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는데 히로키의 아들은 그걸 미리 선택해서 좋은 것을 찾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러한 삶을 누리는 사람은 정말 소수중의 소수이다. 검사 히로키가 말하듯 "검사로서 상대하는 피의자 대부분이 거기서 멈췄어야 할 길에서 벗어나자마자 법률이 정한 선을 가볍게 뛰어넘는다는 사실(범죄자가 된다는 것)을" 히로키는 아내도 아들도 알기를 바랬다.
그렇다. 이 책에서 독자는 반복적으로 비난받는 ‘올바른 쪽’에 고정되어 계속 평가를 내리며,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선을 넘어선 자들에게 올바릇 잣대를 계속 들이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시대가 요구하는지 몰라도 다른 다양성이 '왜' 문제이냐며 자꾸만 밀고 들어 오는 그들에 대해 과연 준비되지 못한 다수의 사람들은 어떤 경계까지 허용을 해야만 하는 가를 고심케 만든다.
특히 성에 관한 다양성에 대해서 다루는 이 책은 소아성애자의 심리와 변태적 성향, 그리고 사물로 인해 성적 쾌감을 느끼는 패티시즘의 다양성, 사실혼, 동성혼, 폴리아모리(Polyamory) 즉 다자간 성적인 연애, 에이섹슈얼, 논섹슈얼, 한 아이 두 엄마(레즈비언 부부)에 대해 무조건적인 단죄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듯 독자를 혼란케 한다.
오늘자 신문에 국내에서 동성 커플로는 최초로 자녀를 출산해 화제가 됐던 레즈비언 부부가 한 잡지 인터뷰에서 근황을 알렸다. 코스모폴리탄 코리아Cosmopolitan Korea는 지난달 4월 30일 김규진·김세연씨 가족의 인터뷰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두 명은 여성이다. 이성 부부가 아니다.
(왼쪽부터) 김세연씨, 김규진씨, 딸 라니(태명). 코스모폴리탄 인스타그램
그렇다면 이러한 개인적 성적 욕망을 사회가 이제는 허영해야 하는가 아니면 ‘바른 욕망’이라고 여기며 선뜻 받아들여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 해설 부분에서 언급된 프로이트의 말을 언급하며 서평을 맺고자 한다. "성적 욕망은 훈련할 수 없다. 훈련해 봤자 때로는 지나치기 마련이고, 때로는 너무 부족하다."
그렇다고 무한정 허용할 수 없는 것이 우리가 가진 정욕(正欲)이다.
이 책의 한 문장
“다양성이란 적당히 사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단어가 아니다.자기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단어일 것이다. 때로 구역질을 일으키고 때로 눈을 감고 싶을 정도로 자신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바로 곁에서 호흡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단어여야 한다.” p.220
“품어선 안 될 감정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
그 말은 곧, 있어서는 안 될 사람 역시 이 세상에는 없다는 소리다.
이상하게도 다이야는 말하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까지 자기를 잘못된 생물이라고 생각해 온 다이야에게
이런 놀라운 생각이 찾아오다니, 인생 최초의 경험이었다. p. 401~402
“이처럼, 신이기도 인간이기도 한 자신과 대면해 관계를 잘 맺는 것이야말로 바른 성숙, 정숙이 이렇게 그럴듯한 말로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은데 이 소설은 그 역시 허락하지 않는다. 바로 화살이 날아든다. 성욕도 정도 딱히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지 않나? 다양한 '성인'의 형태가 있는데 왜 네가 함부로 결정하지? 네가 신이라도 되는양 '바른 해설'에 취한 거 아냐? 이 해설에 상처 입을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봤어?” p.449
“정욕은 과잉과 부족 사이에서 언제나 흔들린다. 지나치게 바르거나 지나치게 바르지 않다. 우리의 정욕은 절대로 '바른' 장소에 놓일 수 없다. 결국은 야에코의 말이 옳다. '그러면, 다음에 꼭 같이 얘기하자.” p.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