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그대가 어느 민족인지 출생지가 어디인지 관심이 없고
생전에 무엇을 했는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페르시아 격언-
책 제목만 보고 이 책을 골랐다면 아마도 두 가지 부류로 갈라질 것이다. 한 부류는 이 책에 대해 불쾌한 마음을 가지며 마치 리처드 도킨스의 책처럼 생각할 것이다. 또 한 부류는 이 책이 기존의 종교가 말하는 하나님이 아닌 새로운 차원 속에서 말해지는 하나님이기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에게 조금의 희망적인 책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 책이 과연 저자가 말하듯 예수께서 말하셨던 존재의 본질, 사후 세계, 그리고 우리 모두 하나님이라는 진리를 깨우치고 사랑의 원심력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종교의 방향타를 잡게 되는가이다.
물론 읽는 자의 개인차가 있겠지만, 자신이 쓴 글을 통해 모든 이들이 자신과 같은 신의 진리를 깨닫고 그가 원하는 경지에는 이르지는 못할 것이다. 즉 이 말은 저자의 말 또한 신존재에 대한 하나의 설명이나 철학적 추론이나 가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처음 읽어 나가면서 기존 종교에 매우 화가 나있고, 종교가 저지른 실수나 죄악들을 보고 종교의 근간이 되는 신까지도 부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저자 나름 종교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책을 읽으며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저자는 특이한 경험을 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증조부모께서 돌아가실 때 처음 죽음의 공포를 경험했고, 그러던 가운데 1977년 봄 대학교 정문을 넘어설 때 마른 하늘의 벼락을 맞고 살아나는 희한한 경험까지 하였다. 정신 없이 쿠사(KUSA, 유네스코학생회)라는 학회의 사무실로 뛰어들어간 그는 무의식 상태에서 무언가를 적게 된다. 그때의 쪽지는 잊어 버렸지만 적힌 내용은 이러하다. “모든 존재는 육체, 정신 그리고 영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로를 느끼는 육체와 정신은 사라진다. 하지만 태초부터 있었고 영원히 존재하는 영이 모든 존재의 본질이며, 이것은 결코 죽지 않고 존속하게 된다”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저자는 무수한 세월 속에 종교 책들을 섭렵하였고, 다양한 종류의 경전을 접했으며, 또한 철학자들은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다루었는지를 연구하며 동서양 철학 책들을 골고루 읽고 접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런 배경 속에 그는 모든 존재가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정신이 배제된 영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 후 저자는 비교종교학 책인 '영과 영'이라는 책을 출간 했으며, 출간 직후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라는 책을 읽으며, 자연법칙 속에 종교적 질문을 포함한 사회과학 분야의 담론에 대한 해답이 있을 거라는 확신 속에 하나의 문구를 발견하며 본 책을 저술하는데 큰 도움을 얻게 된다. 그 문구는 이러하다.
"모든 물질은 그에 대응하는 반물질을 갖고 있으며, 이들이 서로 교류하면 원래의 상태인 영(零, zero)으로 사라진다"
불교의 공(空) 사상과 흡사한 개념이다. 아무튼 저자는 스티븐 호킹을 통해 저자는 자신이 간구했던 질문에 대한 해답을 또다시 얻게 되었고, 그 해답으로 종교를 포함한 사회과학의 법칙과 자연과학의 법칙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자신이 꿈꿔오던 책을 준비하며 약 3개월의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가운데 하루에 15-18시간씩 집필을 하게 된다. 그때 저자는 특이한 경험을 또 한 번 하게 되었는데 그건 잠시 머리를 식히는 동안 지속적으로 단어나 짧은 문장이 발상이나 착상을 통해 뇌리에 전달되고, 이를 찾으면 문장이 완성되는 경험을 한다. 꿈을 통해서도 책의 내용과 구성에 대한 아이디어도 재시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 설명이면 저자에 대한 선이해가 되었을 거라고 본다. 존재 본연의 진리를 찾고자 하는 열정은 가히 어떤 신학자보다, 종교인보다 열성적이다. 많은 지식들을 섭렵한 가운데 책을 구성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문제는 저자가 생각한 하나님에 대한 견해이다. 그는 개신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근간이 되는 구약을 배제한다. 구약성경이 신약성경이나 쿠란과 함께할 수 없는 교리이며 이 책(구약성경)과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구약성경에 대한 모순을 분석하는데 많은 할애를 하며 예민하게 성경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짚어낸다. 더불어 신약성경에 관해, 예수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 바울의 사상이 어떻게 기독교의 기본 교리로 자리 잡게된 사실을 설명하면서 사후세계에 대한 허구성을 드러내고 있다. 천국과 지옥의 기존 개념은 허구이며, 예수가 실현하고자 했던 것은 '이승에 천국을 실현'하는 것이기에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잘못 가르침을 받아온 고대 우화와 같은 얘기에서 빨리 집착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은 기존의 기독교가 가르쳐온, 창조론, 동정녀 탄생, 부활에 대한 개념을 사그리 무너뜨린다. 소위 또 다른 안티 기독교의 모습이다. 예전 마르키온파(Marcionism)란 이단이 있었다. 그는 구약성경의 하나님과 신약성경의 하나님은 전혀 다른 분이라고 말했다. 즉 구약의 하나님은 폭력과 복수의 잔인한 하나님이고, 신약의 하나님은 사랑과 정의와 용서의 신이라고 말하며 구약성경을 배제한 가르침을 전했다. 그런 그의 사상은 7세기경에 사라졌지만 그 잔재는 이렇게 지금까지도 존재하고 있다.
많은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신에 대해 정리를 내리며 기존 기독교에 대해 따끔한 충고와 오류를 짚어주는 저자의 노고에 기독교는 무언가 귀담아 들을 내용들이 충분히 있다. 그 어느 책보다도 성경을 비판적으로 읽으려고 노력한 책이며, 구약성경을 근간으로한 종교를 완전히 짓밟아 감으로 종교 본연의 모습을 가져오려고 하였다. 문제는 성경이 가진 문장을 인간적 이해나, 지성으로 파헤친다고 해서 그가 성경에 대한 전지적 이해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신약성경에 보면 베드로후서 3:16절에 이런 말씀이 있다.
"또 그 모든 편지에도 이런 일에 관하여 말하였으되 그 중에 알기 어려운 것이 더러 있으니 무식한 자들과 굳세지 못한 자들이 다른 성경과 같이 그것도 억지로 풀다가 스스로 멸망에 이르느니라"
이 말씀이 뜻하는 바는 함부로 성경을 재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성경의 오류에 대해 무조건 눈감고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니다. 맹목적인 종교는 기존 종교에서도 타파하고자 한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맹목적인 사람들은 존재한다. 문제는 저자처럼 성경을 재단하며 성경을 비판적으로 대함으로 성경이 정말 인간에게 주고자 하는 진리에서 멀리 떨어진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인 중에 20세기 시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에즈라 파운드라는 시인이 이런 말을 했다.
"어느 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심오한 책은 그 내용의 일부를 실제로 보거나 체험하기 전까지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저자의 시선으로 보면 모든 것이 문제 투성이며 오류이지만 신앙의 눈으로 보면 그 모든 것에서 신의 옷자락을 만지며 신의 숨결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구약의 하나님이 마치 유대나라의 민족신정도로 치부될 정도로 성경이 그렇게 조약하게 적혀 있지 않다. 언젠가 저자가 성경에서 말하는 신적 체험을 하게 되는 날, 그는 성경을 달리보는 눈을 가지리라 생각된다.
리처드 도킨스, C.S. 루이스 그리고 삶의 의미라는 책의 글귀를 끝으로 이 책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각각은 삶의 일부를 밝혀주지만, 전부는 아니다. 과학은 선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말해주지 않으며, 기독교는 자연의 기초물리상수의 가치를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둘을 합쳐 생각한다면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그 둘은 서로를 용납함으로써 서로를 풍성하게 할 필요가 있다." (40쪽)
이 책의 한 문장
"모든 인간은 신의 형상으로, 신의 현현으로 창조됐다. 이 형상은 모든 인간이 죄를 지었을지라도 간직하고 있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다. 신의 형상은 인간의 본성 안에 존재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그는 신의 형상이며, 바로 신이다. 인간이 신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하 존엄성의 기초라는 것이다. 인간은 신을 알고 사랑하고 순종할 뿐만 아니라 신의 형상을 지닌 동료 인간들을 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진정한 신에 대한 사랑의 완성이다." -p447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