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독을 통해 이해하게 된 것.
정신분석 = 인류가 아닌 한 인간의 삶을 다룬다. 성역은 없다. 실천의 영역
이독을 통해 이해하게 된 것
정신분석 ≒. 만남 _ 의지_ 사라짐 으로서의 '이중탈존' 의 장
'아이가 낳고 싶은가'
이제와서? 라고 되묻기조차 낯선 마음이었다
어떤 기로에 서있다는 감이 왔다
이게 지나가는 바람같은 것인지 진지한 욕망인건지
더 나아가 누구와 살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자 하는지 고민할 때 이 책을 만났다.
처음엔 '여성으로서 내가 바라는 삶을 더 명확히 바라보는 데에 이 책이 도움이 될까' 하는 호기심에서 읽어나갔고 두번째는 정신분석이 현실의 누군가에게 적용되는 방식 _ 삶과의 끈적한 밀착감에 흥미가 더 생겼다.
'이렇게까지 세세하고 집요하게' 누군가를 파고드는 일. 먹는 방식에서부터 죽음의 방식, 성관계, 부모와의 관계 등 한 인간을 날 것으로 성역없이! 들여다보는 일, 이라니!
이것은 흡사 '틴더' 에서 말을 걸어오는 이들의 노골적인 대화에서 받는 충격 또는, 구글에서 발표하는 실제 검색어들의 상위 링크같은 것들을 처음 볼 때처럼 이미 있지만 보지 않으려 했던 실재의 일부를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페이지를 넘기며 그녀들을 마주해나갈 때마다 과거의 내가 소환되기도 했고 내가 아는 누군가들이 소환되기도 했고 나와는 너무 다른 누군가들에게 응원을 던지기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같이 아파하기도 했다. 예술, 문학작품, 영화에서 보던 일들이 '실제로' 그녀들의 삶에서 발현되고 있다는 것. 그녀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왜 내가 벗겨지는 기분일까.
정신분석의 존재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교회와 학교에서 행해지는 상담이라는 것에 대해 불신하던 내가 (솔루션 없이 입을 텀으로서 스스로 위로받는 고해성사적인 것 이상으로 여겨지지 않음, 상담자가 우위에 선 방식으로 그의 답변이 지극히 상식선일 때 일반이 아닌 '이반'의 사람들은 상담을 통해 오히려 고통이 가중될 것)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들을 것인가 하는 치열한 방법론으로서의 정신분석이라면
누군가들에게 공백을 주는 일, 즉 목소리를 돌려주는 일이 가능한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녀들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게 했다.
해방의 정치에 관여하는 여자란 무엇인가? 여성 에술가, 음악가, 화가, 시인이란 무엇인가? 수학이나 물리학에 뛰 어난 재능을 가진 여자란 무엇인가? 모호한 신성이 아니라 사랑의 열정에 관한 사유와 행동에 공동 책임을 지는 여자란 무엇인가? 여성 철학자란 무엇인가? p.87
여성 철학자 및 사유하는 소녀는 남성적 일자가 여성성에 대해 열거할 수 있는 모든 특수한 칸막이 (악녀 창녀 효녀 열녀 하녀 미녀 손녀 성녀 마녀 섹녀 김치녀 된장녀 신여성 인어 후궁 공주 여왕 여장부 여동생 여고생 여대생 여전사 매력녀 민페녀 미혼모 가정부 위기임산부 조폭마누라 팜므파탈 현모양처 걸크러시...)에서 유유히 빠져나갈 것이다. '노는 여자'가 [국가]를 읽는다는 사실이 여성적 둘-사이의 '한 가지 사례'는 아닐까? 에스메랄다는 어디에 있는가? 그녀는 반항적인 문제아와 사유하는 소녀 사이에 있다 p.88
그리고 묻는다
그와의 분석 작업이 새로운 주체적 욕망을 가져다주었는데 이 욕망과 함께 전이의 청산 뿐만 아니라 연인관계의 청산이 도래한 것이다. 그렇지만 사랑에 청산이란 것이 있을까?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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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씨름, 마지막 장을 덮으니 봄이다
이 책은 사랑하기를 사유하기를 자유롭기를 멈추지 않을 용기를 주었다
나는 새로운 기로에 서 있다.
사랑하기를 사유하기를 자유롭기를 멈추지 않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