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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님의 서재
  • 나, 나, 마들렌
  • 박서련
  • 13,500원 (10%750)
  • 2023-07-07
  • : 409

마지막 하니포터 활동인 만큼 7월 도서를 2권 신청했다.

시험준비 하느라 빠듯한 기간일 것을 생각하지 않고 읽고 싶은 걸 고른 거였는데 두 권 다 너무 좋았다. 특히 이 소설집 너무 재밌어서 아주 만족스럽다.

예전에 박서련 작가의 장편소설 '마르타의 일'과 '체공녀 강주룡'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단편집도 역시나!

책에 총 7개의 단편이 실려 있고, 각 단편마다 좀비 아포칼립스, 모성 이데올로기, 여성의 몸과 노화, 상실과 애도 등의 주제가 있다. 그중에서 나는 '세네갈식 부고'와 '나, 나, 마들렌'이 가장 인상깊었다.

나는 드바를 진심으로 좋아했지만 드바를 생각하면 피곤하기도 했다. (중략) 그러니까 총체적으로 엉망이었던 거다, 내가 드바를 좋아하는 마음이란 드바와 함께하는 동안에 느낀 피로감과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중략) 정다운 이야기였으나 꼭 그만큼 지긋지긋하기도 했다.

145p, '세네갈식 부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피로감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말이 어찌나 공감되었는지.

이전 글에서도 종종 반복되는 말이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그 마음 자체로만 존재하지 않고, 무언가 불편함과 섞인 양가감정을 수반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불편함이 바로 피로감이 아니었나 싶었다.

애달프다고 느껴지겠지만 그만큼 진심으로 좋아하니까 그 불편함마저 받아들이겠다는 견고함에 가깝다.

결국 화자가 드바를 추모하기 위해 도서관을 태우려고 했던 건 실패했지만, 도서관의 스프링쿨러가 터진 건 내내 담담했던 화자의 울고 싶은 마음을 대변한 게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마들렌과 소설가를 동시에 보고 있는 동안에 나는 소설가보다 마들렌을 미워하는 나를 발견했고 마들렌의 감자 친구인 나는 그런 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는 분명 소설가를 미워했지만 한편으로는 연민했다. 그런 인간을 연민하는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그런 자리에 앉게 만든 마들렌이 소설가보다 더 미웠고 최종적으로는 나 자신을 가장 미워하게 되었다.

p224, '나, 나, 마들렌'

애인에게 느끼는 열등감과 동경하는 소설가에 대한 연민, 애인에 대한 미움, 모순된 자신에 대한 혐오 등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혀버린 마음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계속 자아분열을 겪다가 결국 둘로 쪼개지는 인간의 이야기.

한숨이 푹, 나오면서도 그 감정들이 이해되지 않는 게 아니라서 참 안타까웠다. '에휴 인간아...'라면서... 한편으로는 인간인 이상 인정욕구? 없을 수 없지, 열등감? 뗄 수 없지 싶어서 읽는 나도 착잡해졌다.

차라리 포기하고, 내려놓고, 인정하면 될텐데 그러기에는 애인을 사랑하는구나, 싶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더더욱 느껴졌다.

어쩌면 헤어지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말하기 회피하던 인간이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리니까 결심이 선 걸지도 모른다.

'이 인간아...' '에휴...ㅠㅠ' '으이구...' '아휴ㅜㅜ...'의 반복...

이제 그만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고 그저 애인을 사랑해라...

솔직하게 고민과 마음을 이야기하고 헤어지든가 계속 사랑하든가 둘 중 하나만 해...

박서련 작가님은 정말 인간의 양가감정과 본능, 그럼에도 연대하는 과정을 너무 잘 표현하신다.

'마르타의 일'에서부터 느꼈던 건데 작가님의 거침없는 문체가 정말 좋고, 서사에 몰입시키는 능력이 탁월하시다.

자기 전에 책을 읽는데 이 이야기들은 너무 재밌어서 잠이 달아난다. 그렇게 두 편씩 연달아 읽거나 다른 한 편 읽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애써 눈을 감는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작가님들' 목록이 갱신되었다.

이 소설들은 도무지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누군가의 마음에 나를 첨벙 담갔다가 끄집어낸다. 첨벙, 또 첨벙, 하며 계속 다른 호수에. 이게 대체 뭐람, 투덜거리면서도 한참 물에 젖은 채로, 나는 그 마음을 곱씹고 또 곱씹는다. 그리고 이 모든 마음이 어쩌면 한 인간에게도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김초엽 작가님 추천사

아 제 말이 그 말이라니까요, 작가님! 역시 작가님이셔서 내 마음을 이리도 잘 풀어서 설명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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