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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님의 서재
  •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박정훈
  • 15,300원 (10%850)
  • 2023-03-22
  • : 438

배달앱을 켤 때마다 배달 업계의 시스템이 궁금했다.

언제부터인가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와 같은 플랫폼이 생기고, 배달료가 3000 이상으로 오르고, 그런데도 배달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일련의 일들이 대체 왜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다.

때마침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초대 위원장인 박정훈 배달라이더의 책,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가 서평 대상 도서였고, 고민 없이 선택했다.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할 자신이 없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책에서 너무나 쉽고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서술되어 있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더 와닿았다. 노동자들 바로 옆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기분이었다.


배달노동자들의 유형, 가게에서 직접 고용하거나, 동네배달대행업체 소속이거나, 자회사(ex. '우아한형제들')에 소속되거나 세 가지 형태가 있었다. 동네배달대행업체 소속의 경우, '배달의민족' 어플에서 '배달'을 담당하며 여러 배달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자회사와 계약을 한 경우, '배민1'을 담당하며 한 번에 하나의 배달을 한다. 왜 '배민1' 혜택을 그렇게 많이 주는지 이해가 되었다.

배달대행업체에서 배달 1건당 3000~4000원을 주는데, 오토바이 리스비가 하루 4~5만원 하는 터라 하루 10~15건 이상은 해야 한다. 그래서 픽-배-픽-배-픽-배를 반복하며 여러 배달을 도느라 정신없이 도로를 질주한다. 그런데 한국의 교통 시스템은 이륜차에 대한 이해가 낮고, 면허 제도 또한 허술해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 비나 눈이 오면 기상수당으로 500원이 더 붙는다. 하지만, 정작 다쳐서 일을 못하게 되면 리스비는 계속 나가고, 결국 마이너스가 뜨게 된다. 사고가 나서 망가진 음식들을 식당에서 배상해야 한다. 그래서 배달노동자들은 다치면 제 몸을 살피기보다 식당 사장과 배달대행업체 사장에게 전화하고, 대타 라이더에게 배달을 부탁하고, 음식 상태부터 걱정한다. 라이더들은 회사와 음식점 사장, 그리고 손님들로부터 안전운전하길 바라는 동시에 빠르게 배달해주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요구를 늘 받고 있다.

배달앱을 이용하면서, 음식이 조리되어 집 앞에 도착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40~60분 정도인데 그게 길다고 느꼈었다. 배가 고프니 음식이 최대한 빨리 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앞으로는 이 시간마저 짧다고 느껴진다. 그동안에 배달노동자들이 도로 위에서 위험한 질주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그렇다고 배달을 아예 안 시키는 게 이들을 위한 것인가하면 그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이들의 근무 환경과 구조를 알게 되었고, 앞으로 사회의 제도와 사람들의 인식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배울 수 있었다. 배달 노동을 개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고민하는 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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