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위짓 2011/08/0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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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황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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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 - 200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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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점부터 쓰겠다.
첫번째로 냉혹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동화라고 하면 꿈처럼 아름다운 세계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 작품 세계는 그렇지 않다. 알을 낳지 못하는 닭은 버려지고, 바깥에 나갔다간 족제비에게 잡아먹힐까 봐 전전긍긍해야 한다. 어린이 교육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험난한 현실의 모습도 보여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두번째로 편한 곳(마당)에 안주하지 않고 야생으로 나가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린다는 점이다.
세번째로 잎싹이 자기와 다른 종족인 오리를 정성들여 기른다는 점이다. 자기와 다른 이질적인 존재는 배척하기 쉬운데, 잎싹은 자식으로 받아들였다.
잎싹의 꿈은 자신의 알(생명)을 기르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험난한 약육강식의 세계라 생명의 소중함이 더 잘 느껴진다.
다음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이제부터 이 책을 읽으려는 분은 읽지 않는 것을 권한다.
아쉬운 점은 어디까지나 '희생적인 어머니'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어머니'의 모습만을 보여준다는 점.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잎싹, 나그네, 족제비까지 자식이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자식을 떠나보낸 잎싹에게는 '날고 싶다'는 꿈만이 남는데, 이 꿈은 죽음을 통해서 성취된다.
물론 그것은 또다른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죽음이다. 이 희생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말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머니의 삶에서는 자식이 전부이고, 자식이 떠나면 그 후의 인생은 의미가 없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동물들의 삶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서는 그렇지만은 않다. 인간의 삶에는 자식을 기르는 것 말고도 얼마든지 할 일이 있고, 다른 꿈도 있다.
'엄마를 부탁해'를 비롯해 한국인들은 '희생적인 어머니상'만을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충분히 교훈적이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책이다. 그러나 '어른도 읽는 동화'로도 알려지고 베스트셀러이기도 해서 읽었는데 위와 같은 점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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