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제조기 변영주 감독이 마침 <방구석 1열>에서 <더킹>과 <내부자들>을 다루며 이런 말을 남겼다. ‘한국 영화 속 남자들의 권력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여자들이 술 시중 드는 장면이나 남자들의 칼부림에 죽어나가는 장면이 의미 없이 관습적으로 많이 쓰인다. 여성 등장 인물을 제대로 쓸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아예 등장시키지 않는 편이 낫다.‘ 정말 천 번 만 번 동감한다.
이야기 주인공의 성별이 남성이긴 하지만 나를 포함한 인간 보편의 이야기일 것이라 믿고 그토록 수많은 소설과 영화를 열심히 보고 공감했는데, 사실 남성 창작자들은 여성 독자인 나를 인간의 범주에 넣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
일상에서건 창작물에서건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는 얼마나 당연한 것으로,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는가.
10대인 나에게 만화가드은 정말 한참 어른으로 보였는데, 그들 대부분이 당시에 20대였다.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이야기들을 상상하고 그릴 수 있었을까? 접촉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삶의 형태라는 게 지금만큼 다양하지 않았던 시절에 20대 젊은 작가들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노력한 가치관과 취향, 그렇게 전달 받은 소중한 조각들을 생각한다.
카일 스티븐스는 여성 체조선수 등 156명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의사 래리 나사르에 대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이 유명한 문장을 남겼다.
"여자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그들은 강인한 여성이 되어 당신의 세계를 부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