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생각을 만드는)메모의 기적
사회초년생때의 일이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사람에 대한 사전조사를 마치고 예상 질문지를 준비했고 인터뷰는 나름 괜찮았다.
돌아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려고 수첩을 연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내 글씨를 알아볼 수 없을정도로 난 흥분했고, 유추하고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의 흔적만 남아있는 것이었다. 재차 다시 전화인터뷰로 식은땀을 흘리며 내용을 보강했던 기억이 난다.
그 강렬했던 첫 기억은 사회초년생때의 일은 사실 처음이 아니었다.
대학노트를 펴봐도, 거슬러 올라가 중고등학교 때 메모를 열어봐도 당최 내가 쓰고 내가 알아보지 못하는 웃픈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심지어 주일 설교시간에 적어둔 목사님 설교말씀도 수첩을 열어보면 하얀 공백에 까만 몇 줄의 문장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뒤로 슥 지나만 가도 쫙 그려지는 펜을 먼저 샀다.
또한 메모하는 법, 습관의 중요성, 기억의 연결고리 등등 관련된 몇가지의 책과 스킬을 익히고 나서야 메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됐다.
만약 ‘생각의 생각을 만드는 메모의 기적’이란 책이 일찍 나왔더라면 이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저자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갖고 메모의 중요성을 발견하기 이전과 과정, 이후의 스킬들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책은 미래메모를 주제로 크게 정리메모, 생산메모, 전달메모 등 세가지로 나뉜다.
그리고 총 14가지의 메모를 소개하며 기호사용법, 만화로 기억하기, 화살표로 연결하며 연상하기, 역발상으로 이어가는 청개구리 메모, 블랙&화이트 삼각메모 등을 소개한다.
일테면 메모의 연월일을 적어두고 모은 뒤에 같은 주제로 묶거나 비슷한 시기에 떠올렸던 메모들을 연결시켜 재가공시키는 법은 기획안을 짜거나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 같았다.
VS, OX, ?, ⇔, ☆ 등 기호를 사용하는 메모는 간단해보이지만 메모한 것을 빠르게 기억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적인 사용법이기도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메모는 역시나 나에게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연결메모였다.
두 페이지에 걸쳐 쓴 그의 메모는 ‘구주쿠시마 활성화 프로젝트’가 어떻게 기획되는지, 또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이 사소한 메모에서 시작한 기획은 2015년도 ‘굿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결과도 가져다 준다.
또한 어떤 기획서보다 더 설득력 있어 기업에서 프레젠테이션할 때 유리하다고 말한다.
지인의 메모를 엿본 적이 있다.
알 수 없는 기호를 스마트폰 메모장에 수십개를 그려놨다. 그 자리는 일종의 소모임이었고, 건의사항 등이 오가는 그리 편하지 않은 자리였다.
아는 선배의 수첩을 우연히 보게 됐을 때도 있었다. 한글로 이곳저곳 몇 개의 단어와 몇 줄의 문장만 써놓았는데 도통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짐작할 뿐.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메모 보다는 역시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기호, 문자, 그림 등을 담는다는 것은 뭔가 비밀스럽지만 짜릿한 흥분같은 걸 일으킨다.
그만큼 메모는 일종의 스킬에 해당된다.
그가 팁으로 가르쳐준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찍고 메모하기, 통일된 노트한권을 가지고 메모를 써나가기, 회의시간 한번에 10개의 메모 적기, 술자리에서나 명함에 메모적기 등도 시도해보면 메모를 하는 습관을 익히는데 유용할 것 같다.
‘생각의 생각을 만드는 메모의 기적’을 통해서 익힌 스킬 중 몇 가지를 일상에 적용해보면 적어도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상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