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을까.
우연히 신문 칼럼을 읽는데 말랑하니 술술 읽혔다.
'뭘 이런 걸 다 신문에 쓰나?' 싶은 물음은 호감으로 바뀌면서
그 기자 칼럼만 찾아서 읽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칼럼 제목도 '사소한 취향'.
그러더니 그 칼럼. 1년여만에 게재를 멈췄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그 칼럼을 더 볼 수 없어 아쉬웠던 차에
또 우연히 그 기자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고 얼른 책을 손에 넣었다.
사실 제목이 너무 맘에 든다.
'어쩌다 어른'
출판사 이름도 맘에 든다.
스윙밴드.
책을 펼치니 이 기자 참 한결같다.
그 칼럼류의 글들이 좌라락.
이 기자의 글을 대략 이런 식이다.
자신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그 에피소드와 관련된 일본만화, 일본드라마가 꼭 등장한다.
(일본 원조 아이돌 '스맙'의 오랜 팬으로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자 관련 자료를 찾다가 일본어가 귀에 들렸다는
기자의 대단한 팬심만 봐도.)
그리고 그 나열한 것들을 정리하는 언니의 조언같은 게 덧붙으면서 글은 끝난다.
그 글 읽는 맛이 쏠쏠하다.
그래서 이 책 단번에 쭉쭉 읽고
읽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적으로 저널리스트들이 쓴 글은
50점을 깔고 들어가는 거다.
그만큼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어떻게 읽힐 것인지 최적화 돼있으니
글발이 강하다는 이야기.
'포기할 수 있다면 그건 꿈이 아니지'
이 제목에 심쿵했다.
내가 꾸는 꿈은 점점 꿈이 아닌 게 되는 거구나란 깨달음.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영화 '어바웃 타임'을 빌어 이야기 해주고
을로 살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을의 알파와 오메가인 선배의 진짜 조언
"업무상 을로 살아가는 나와 '진짜 나'를 혼동하지 말 것"
등을 통해 인생에서 수없이 갑, 을, 병, 정으로 체인지 되는 순간을 잔잔히 위로해준다.
뭔가 덕후스럽지만 요란하지 않은
조용하지만 근성있는 언니의
담담한 인생지침서랄까?
그래서 읽으면서 또 위로받고 싶고
그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야기는 후루룩 읽혔지만
다시 마음이 심란하고 요란할 때
'그래그래. 인생이 다 그렇지 뭐' 라고
이야기 해줄 것 같은 이 언니의 책을 펴들 것 같다.
또 다른 에피소드로 무장한 다음 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