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에 관하여(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임경선
태도라는 말을 떠올리면 조건반사적으로 생각나는 말이 있다.
"너, 태도가 그게 뭐야?"
이건 어쩌면 드라마 대사였을 수도 있고, 한번쯤 목격한 (혹은 당했거나 가했거나)인간 대 인간이 충돌을 앞둔 선전포고이기도 했다.
그런 태도에 대한 정의를 조목조목 조곤조곤 풀어낸 책이 나왔다.
임경선의 책은 '엄마와 연애할 때'를 통해 처음 접했었고,
한겨레 ESC판에 연재됐던 '남자들' 코너에서도 종종 접해 낯설지 않았다.
뭔지 모르지만 예민하고, 날이 선 그녀의 글들은 엉뚱한 지점들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었다.
그런 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어땠을까.
책은 총 5부로 나뉘어져 있다.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
그가 일하면서 부딪혔던 인간관계 노하우부터 마음을 다스리는 법, 연애상담 이상의 인생 조언 같은 글들은
포스트잇 플래그를 아낌없이 꺼내 붙이도록 했다.
어떤 글에서는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같았고,
어떤 글에서는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까라는 심정으로 문제지 뒷편에 달려있는 정답지를 열어보는 심정으로도 읽었다.
또 어떤 글에서는 그래도 나는 그렇게 못해라고 읖조리게 만들었고
다른 글에서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마지막에 부록처럼 붙어있는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씨와의 대담도 흥미롭게 익혔다.
인간관계라는 게 그렇다.
겉으로 아주 얇게는 친절한 척, 상냥한 척, 멋있는 척, 고고한 척하며
'척놀이'를 할 수는 있는데 가까이서 부딪힐수록 진짜 모습을 본다,
그래서 내 가족이 평가하는 내 모습이 어떨 때는 매우 생소하다.
나에 대해서 묘사하는 것 같은데 도통 누구를 말하는지 갸우뚱해진다.
그리고 원초적일수록, 민낯을 드러낼수록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래서 역으로 내가 밖에서 얼마나 다르게 살았는지 반성도 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을 대할 때 통하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
진정성 혹은 진심어린 태도다.
모두에게 보일 필요는 없지만 오래 두고 만날 사람들에겐 저것만큼 강력한 힘은 없다.
그래서 '태도에 관하여'는 책상에 두고 간간이 꺼내봐야할 에세이다.
지금 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수시로 점검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는 초간편 지침서이기도 하다.
Chapter 2
p.65
가장 이상화된 부모 자식 관계에 내가 겪은 환경을 비추어보고
'난 남들이 당연히 가진 걸 가지지 못했다'고 부모에게 복수심과 울분을 품는데, 그렇게 치면 우리 중에 무조건적이 사랑과 지지르 받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또한 장차 우리가 부모가 되었을 때,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를 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또 몇이나 될까.
Chapter 2
p.72~73
결혼이 인생에서 하나의 큰 획을 그어주면서 기분 전환이나 새로운 도전이 될 수는 있어도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결혼은 동화책처럼 "그들은 그 후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도 아니고 결혼 전 일상처럼 좋았다가 좋지 않았다가를 반복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삶이다. 결혼을 해도 둘다 여전히 불완전한 인간임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Chapter 3
p.100~101
둘째, 피하기는 어떤 이유에서든 나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거나 나를 경계하거나 싫어하거나 근거 없이 내려다보거나 올려다보는 등 굴절된 심리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내가 취하는 행동이다.
(중략)
어찌 되었건 그 사람에게 있어서 인간관계 맺음이란 그저 자신의 자존심, 불안, 현시욕이나 도덕적 만족, 망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동원된 것에 불과하다.
보통 이들은 첫인상이 사근사근하고 친절하여 가까워지기 쉽지만 어느덧 께름칙한 느낌과 함께 그 관계는 내가 그의 들러리로 이용당한다는 소모감을 안겨준다. 그럴 때는 말없이 피할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라는 조언이 있는데, 어떤 관계는 서로를 위해 내가 먼저 피해주는 것이 노력이 된다. 그들은 어쨌거나 자기 자신에게밖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Chapter 4
p.155
분위기가 뒤숭숭해져서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해도 파도가 저만치에서 밀려올 때는 휩쓸리기보다 내 힘이 닿는 한까지 그 파도를 일단 넘겨보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 파도들을 넘을 때마다 자신의 일에 대한 태도는 흔들림 없이 더욱 단단해진다. 그리고 조직 생활에서 한계까지 애써본 경험은 내가 원하던 자유를 구현하는 데 어떤 형태로도 도움을 줄 것이다.